툭하면 수백만 호... 與 부동산 공약은 누가누가 더 많이 짓나?

입력
2021.08.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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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메가톤급’ 부동산 공급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여러 번 등장한 서울공항 이전 공약부터, 부동산 시장에 280만 가구의 ‘공급 폭탄’을 투하하겠다는 공약까지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기에 주택을 공급하지 못해 집값이 폭등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지만, 재원ㆍ부지 등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空約)’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與 부동산 공약은? ‘묻고 더블로 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값을 2017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며 280만 가구 규모의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공공주택 130만 가구, 재개발ㆍ재건축 등을 통해 지어지는 민간주택 150만 가구를 차기 대통령 임기 5년 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 2.4명(2019년)을 고려하면 672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다. 부산광역시 인구(336만 명ㆍ올해 6월 기준)의 두 배에 달한다. 정 전 총리는 이날 도심의 국공립 학교 부지를 활용해 1∼5층은 학교로, 그 이상은 주거 공간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3일 “대통령 임기 내 주택을 250만 가구 이상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핵심은 전체 공급량의 40% 이상(100만 가구)을 차지하는 기본주택으로,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 누구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이다. 국민주택 규모(면적 85㎡)의 역세권 아파트라면 평생 월세 60만 원 정도만 내고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이 지사의 약속이다.

4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서울공항(성남비행장)을 이전해 해당 부지 일대에 아파트 7만 가구를 짓겠다며 기본주택 공약에 ‘맞불’을 놨다.

현실성도, 디테일도 없다

실현성은 의문스럽다. 이 지사의 ‘기본주택 100만 가구’ 공약은 재원ㆍ부지 등 세부 대책이 뚜렷하지 않다. 이 지사는 부지에 대해 “기존 전철역이 아닌 토지를 수용해 새로운 전철역을 만들고 그 근처에 집을 짓겠다”고만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노태우 정부가 1기 신도시 200만 가구 공급을 약속했지만, 실제 공급량은 29만 가구에 그쳤다”며 “수도권에 100만 가구를 공급할 택지가 어디 있느냐”라고 했다.

재원 조달 방안 또한 문제다. 이 지사는 ‘기본주택 건설(원가 3억 원)→해당 주택 담보(시가 10억 원)로 자금 조달→또 다른 기본주택 건설’ 방안을 제시하며, “임대료가 (자금조달에 따른) 이자를 넘어가니 손해를 안 본다. 재원 부담 없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맨 처음에 (기본주택 지을) 돈을 빌려줄 ‘바보’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 보증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 메커니즘”이라며 “폰지 사기(돌려막기)”라고 했다. 재원 논란이 커지자 이 지사 측은 “기본주택 100만 가구 공급에 연 44조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입지를 특정한 이 전 대표의 서울공항 이전안도 당장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다.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정부 모두 서울공항 이전에 따른 택지 개발을 검토했지만, 수도 방어를 위한 유일한 공군기지라는 군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미군과의 협상 등 공항 이전을 위한 세부 절차를 단기간 내 완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文정부의 공급대책이 헛도는 이유부터 짚어야”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공급 공약보다는 현 정부의 부동산 공급 정책에 대한 정교한 진단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정부는 서울ㆍ수도권에 13만2,000가구를 공급하는 ‘8ㆍ4 대책’을 발표했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혀 진전이 없다. 계획이 백지화된 경기 과천정부청사 개발(4,000가구)안이 대표적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정부 공급 정책의 잘못된 부분은 무엇인지,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