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방송 “한국 여성들 '숏컷' 이유는? 변화 원하기 때문”

입력
2021.08.10 18:16
BBC방송, "한국 여성들은 왜 '숏컷'을 주장했나"
 '숏컷' 안산 선수 사건 등 국내 젠더 갈등 다뤄 
여성 임금 남성의 63%, 국내 성차별 상황 지적

"한국 여성들의 '숏컷(쇼트 커트)'은 사회적 변화를 열망하는 움직임이다."

영국 BBC방송이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20·광주여대) 선수의 '숏컷' 논란으로 촉발된 국내 젠더 갈등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방송은 갈등의 이면에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차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9일(현지시간) BBC방송은 '한국 여성들은 왜 '숏컷'을 주장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짧은 머리를 한 안산 선수가 '페미니스트'로 낙인 찍혀 온라인에서 무차별 공격을 받았으며, 이를 옹호하는 '숏컷 캠페인'이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숏컷 캠페인'은 심리학자 한지영씨의 제안으로 지난달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작됐다. '헤어스타일과 여성성은 무관하며, '숏컷'에 의한 사상 검증을 거부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이 캠페인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류호정 국회의원, 배우 구혜선 등 수만 명이 동참했다.

미국 출판사와 계약해 한국의 미투운동에 관한 책을 쓰고 있는 정하원 작가를 인용해 방송은 "2018년 한국의 '탈코르셋' 운동 이후 젊은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짧은 머리가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 됐다"며 "이후 '숏컷'이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편의점 GS25와 BBQ치킨 등 국내 기업의 광고 속 손가락 모양으로 불거진 '남혐 논란'도 소개했다. 주디 한 미국 UCLA 젠더학 교수는 방송에서 "일부 남성들은 해당 손가락 모양만으로 자신들을 비하하고, 하찮게 생각하는 특정 페미니즘과 연관시키면서 해당 기업들을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방송은 이 같은 국내 젠더 갈등의 원인으로 한국 사회의 성차별 문제를 지목했다. 방송은 "치열한 경쟁에서 일부 남성들이 남성에게만 부과된 군복무 등으로 여성으로 인해 자신들이 불공정하게 피해를 봤다는 인식이 강하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 반대라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한국 여성 임금은 남성 임금의 63%에 불과하며,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평가하는 '유리천장지수(직장 내 여성 차별 수준 지표)'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 여성들의 '숏컷' 유행은 페미니스트 선언이라기보다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보다 평등한 사회로의 변화를 원하는 움직임이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에스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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