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이재용 석방에 “명백한 특혜… 삼성공화국엔 사법정의 없다”

입력
2021.08.0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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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민변·경실련 등 비판 논평
"사법제도 공정성 훼손됐다" 비판도

시민단체들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을 맹비난했다. 단체들은 이번 결정으로 재벌 총수에게 명백한 특혜가 제공됐고 사법제도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성토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결정은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한 명백한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 결정"이라면서 "헌정 역사상 잊히지 않을 부끄러운 사건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이번 가석방은 재벌에 대한 특혜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논평했다. 그 근거로 △서울구치소장이 예비심사 과정에서 법원, 검찰 등 관련 기관 의견을 조회하는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점 △이 부회장처럼 다른 사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선 가석방이 이뤄진 선례가 거의 없는 점을 꼽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 부회장은 중대 경제범죄자로 가석방 고려사항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사건과 프로포폴 투약 사건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2개의 재판이 진행 중인 범죄자는 가석방 심사 대상자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들 단체는 가석방 결정권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사퇴,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경실련은 "박 장관은 이번 가석방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도 허가해 법무부 장관의 책무를 스스로 저버렸다"면서 "'삼성 재벌 특혜'를 이어가는 흑역사의 동조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박 장관은 국민들이 가석방 결정을 납득할 수 있도록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특혜성 결정이 내려진 데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면서 "문 대통령 역시 결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사법정의를 훼손했다고도 지적했다. 경실련은 "우리 국민들은 막강한 경제 권력자인 재벌 총수에게 법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을 또다시 목격했다"면서 "재벌 총수들의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약속은 요원해지고 '삼성공화국'이라는 역사적 오명과 퇴행만 가져올 뿐"이라고 비난했다. 민변 역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재벌이라는 이유로 쉽게 가석방된다면, 우리 사법제도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이 부회장은 종전 구속 기간까지 더해 지난달 말로 가석방 요건인 형기의 60%를 채웠고, 법무부는 이날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자로 최종 결정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가석방 대상 수감자 810명은 13일 오전 10시에 풀려난다.

오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