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선 후보로 유력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한국일보 인터뷰 중 배우고 싶은 이로 당 태종을 꼽았다. 경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인사 정책은 에이브러햄 링컨, 삶은 김구 선생을 열거한 뒤 정치에선 이세민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전에도 당 태종 이세민을 닮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쓴소리를 많이 한 신하 위징(魏徵)을 중용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 이세민은 수나라 때 군사 요충지였던 태원의 유수였던 아버지 이연을 설득해 수도 장안을 점령함으로써 당 왕조를 여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형을 태자로 세우자 형과 동생을 제거(현무문의 변)하고 당의 두 번째 황제에 오른다. 거사 후 그는 ‘이세민부터 없애야 한다’고 형에게 권했던 형의 측근 위징을 붙잡아 “우리 형제를 이간시킨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책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도 위징은 “태자가 내 말을 들었다면 오늘의 재앙은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이세민은 위징을 처벌하긴커녕 곁에 두고 늘 자신의 허물을 지적하도록 했다. 위징은 당 태종에게 300번도 넘는 간언을 올렸고, 이는 황금시대로 불리는 ‘정관지치’(당 태종의 연호인 정관 시대의 치세)의 근간이 됐다. 무공으로 천하를 평정한 당 태종이었지만 그는 활을 만드는 장인의 의견까지 구하며 "나는 활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나라를 다스리는 이치는 어떻겠냐"고 겸손해했다.
□ 역사서 ‘정관정요’는 이세민에 대해 ‘간언을 받아들여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고 적었다. 신하가 군주의 위세에 눌려 솔직한 의견을 펼치지 못하고 잘못된 명령을 그대로 따르면 결국 수많은 백성이 재앙을 겪는다고도 지적했다. 요즘 말로 하면 정치의 요체는 소통에 있고 언론과 관료는 정권이 싫어하는 이야기도 용기를 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올바른 간언을 할 수 없도록 한 군주에겐 더 큰 책임이 있다.
□ 이 지사의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정책에 대한 논란이 적잖다. 이 지사가 정말 당 태종의 정치를 본받고 싶다면 전문가와 관료, 시장의 타당한 쓴소리엔 겸허한 자세를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 지사의 말보다는 행동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