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보스 정치' 다시 꿈틀?... 금배지 27명, 대선캠프로 뿔뿔이

입력
2021.08.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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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센 차기 권력자, 이른바 '보스'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뭉치는 보수 특유의 유전자(DNA)가 다시 한번 발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 수십 명이 이미 각 대선주자 선거캠프에 자리를 잡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으로 당내 경쟁이 본격화한 지 단 열흘 만에 이뤄진 초고속 라인업, 말하자면 '줄서기'다.

9일 현재 국민의힘 대선주자 캠프에서 공식 직함을 갖고 활동하는 의원은 27명에 달한다. 윤 전 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선캠프에 각각 9명이 합류했고, 유승민 전 의원 측에 8명, 홍준표 의원 측에 1명이 자리를 잡았다. 국민의힘 전체 의원(104명)의 4분의 1을 넘어선다. 공식 직함이 없을 뿐 이미 '친윤계' 혹은 '친최계'로 거론되는 의원도 많다.

'바른정당계'로 채운 유승민 "'죽음의 계곡' 건넌 동지들"

유 전 의원은 9일 대선캠프 라인업을 공개했다. 초선 의원들이 주축으로, 유 전 의원이 탄핵사태를 거치며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해 만들었던 바른정당 출신이 대거 포함됐다. 유의동·김희국 의원이 각각 직능본부장, 조직1본부장을 맡고, 대변인엔 김웅 의원이 인선됐다. 초선인 김예지·강대식·김병욱·유경준·신원식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오신환·민현주·홍철호 전 의원 등 '친유계'로 분류되는 전직 의원들도 합류했다.

유 전 의원은 "새누리당 시절부터 바른정당을 거쳐 국민의힘으로 통합하기까지 3년 넘게 '죽음의 계곡'을 같이 건넌 동지들로,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기 위한 철학과 의지가 분명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최재형은 PK·비례의원 위주... 윤석열은 '신구 조화'

윤 전 총장 대선캠프의 콘셉트는 '골고루'다. 3선인 장제원, 이종배 의원, 재선인 이철규, 윤한홍, 정점식 의원, 초선 윤창현, 이용, 정찬민, 한무경 의원 등이 신구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수도권, 충청, 부산·경남(PK), 강원 등 출신 지역도 다양하다. 윤 전 총장이 보수진영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캠프 몸집이 가장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 대선캠프에는 최 전 원장의 연고지인 PK 의원들이 전진 배치됐다. 조해진, 박대출, 박수영, 김미애 의원 등 9명 중 4명이 PK 출신이다. 조태용, 이종성, 서정숙, 조명희, 정경희 의원 등은 비례대표다. 국가안보실 1차장 출신인 조태용 의원이 외교정책총괄본부장을 맡고,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을 지낸 이종성 의원이 장애인정책총괄본부장을 담당하기로 했다.


원희룡 "한 번에 발표"... 홍준표는 '최다선 조경태' 일단 1명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대선주자들이 의원들 줄 세워서 계파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견제했다. 물밑에선 대선 캠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캠프 라인업은 '한꺼번에'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달 출범한 원 전 지사 지지 모임 '희망오름포럼'에는 현역 의원 30여 명이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홍준표 의원은 국민의힘 최다선(5선) 조경태 의원에게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겼을 뿐, 추가 영입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의원들에게 부담 주는 패거리 정치는 하지 않겠다"며 "우호적인 당내 의원들과는 비공개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