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차기 권력자, 이른바 '보스'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뭉치는 보수 특유의 유전자(DNA)가 다시 한번 발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 수십 명이 이미 각 대선주자 선거캠프에 자리를 잡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으로 당내 경쟁이 본격화한 지 단 열흘 만에 이뤄진 초고속 라인업, 말하자면 '줄서기'다.
9일 현재 국민의힘 대선주자 캠프에서 공식 직함을 갖고 활동하는 의원은 27명에 달한다. 윤 전 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선캠프에 각각 9명이 합류했고, 유승민 전 의원 측에 8명, 홍준표 의원 측에 1명이 자리를 잡았다. 국민의힘 전체 의원(104명)의 4분의 1을 넘어선다. 공식 직함이 없을 뿐 이미 '친윤계' 혹은 '친최계'로 거론되는 의원도 많다.
유 전 의원은 9일 대선캠프 라인업을 공개했다. 초선 의원들이 주축으로, 유 전 의원이 탄핵사태를 거치며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해 만들었던 바른정당 출신이 대거 포함됐다. 유의동·김희국 의원이 각각 직능본부장, 조직1본부장을 맡고, 대변인엔 김웅 의원이 인선됐다. 초선인 김예지·강대식·김병욱·유경준·신원식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오신환·민현주·홍철호 전 의원 등 '친유계'로 분류되는 전직 의원들도 합류했다.
유 전 의원은 "새누리당 시절부터 바른정당을 거쳐 국민의힘으로 통합하기까지 3년 넘게 '죽음의 계곡'을 같이 건넌 동지들로,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기 위한 철학과 의지가 분명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의 콘셉트는 '골고루'다. 3선인 장제원, 이종배 의원, 재선인 이철규, 윤한홍, 정점식 의원, 초선 윤창현, 이용, 정찬민, 한무경 의원 등이 신구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수도권, 충청, 부산·경남(PK), 강원 등 출신 지역도 다양하다. 윤 전 총장이 보수진영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캠프 몸집이 가장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 대선캠프에는 최 전 원장의 연고지인 PK 의원들이 전진 배치됐다. 조해진, 박대출, 박수영, 김미애 의원 등 9명 중 4명이 PK 출신이다. 조태용, 이종성, 서정숙, 조명희, 정경희 의원 등은 비례대표다. 국가안보실 1차장 출신인 조태용 의원이 외교정책총괄본부장을 맡고,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을 지낸 이종성 의원이 장애인정책총괄본부장을 담당하기로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대선주자들이 의원들 줄 세워서 계파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견제했다. 물밑에선 대선 캠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캠프 라인업은 '한꺼번에'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달 출범한 원 전 지사 지지 모임 '희망오름포럼'에는 현역 의원 30여 명이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홍준표 의원은 국민의힘 최다선(5선) 조경태 의원에게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겼을 뿐, 추가 영입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의원들에게 부담 주는 패거리 정치는 하지 않겠다"며 "우호적인 당내 의원들과는 비공개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