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6차 보고서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IPCC 조직의 특수성 때문이다. IPCC는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기후변화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다. 이 때문에 세계 195개국 정부가 회원이다. 과학 보고서라 해서 과학적 연구자료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이 보고서가 정부 간 협상의 기초 자료로 쓰이는 구조다.
이번 6차 보고서는 2013년 5차 보고서 이후 8년 만에 발표된 것이다. 그 8년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391ppm에서 410ppm으로 늘었다. IPCC 보고서는 이를 "최근 80만 년간 전례 없던 수준에서 200만 년간 전례가 없던 역대급으로 늘었다"고 표현했다.
이로 인해 2003년부터 2012년 사이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0.78도 상승에 그쳤지만,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지구 기온은 1.09도 상승했다. 6차 보고서는 이 가운데 온실가스 등 ‘인간으로 인한 기온 상승’ 분을 '0.8~1.3도'로 추정했다. 나머지가 화산 폭발 등 자연적 요인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인간이란 결론이다. 6차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관측된 일부 극한의 고온은 인간 영향 없이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6차 보고서는 인구, 경제, 에너지 사용 등 미래사회상(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을 바탕으로 5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SSP에 따른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1은 적극적 탄소 감축 노력에 적절한 기술까지 개발되는 경우를 상정했다. 2050년 무렵 전 지구적 차원에서 탄소배출량과 흡수량이 제로섬을 기록하는 ‘탄소중립’이 현실화된다는 조건이다. 이 경우라 해도 21세기 말(2081~2100년) 기온은 산업화 때보다 1~1.8도 오른다.
가장 긍정적 시나리오가 이러니, 나머지 시나리오는 모두 암울하다. 탄소 저감 노력이나 기술 수준이 현재와 같은 수준일 SSP 시나리오2에서는 21세기 말 기온은 2.1~3.5도 상승한다. 지금보다 화석 연료를 더 많이 쓰는 SSP 시나리오3 이후부터는 21세기 말 평균 기온이 3~4도 더 올라간다.
이 경우 해수면 상승은 최저 28~55㎝에서 최대 63~101㎝에 이른다. 6차 보고서는 “해양, 빙상 등 전 지구적 차원의 해수면 변화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되돌릴 수 없다”며 “모든 시나리오에서 2050년 이전 최소 한번은 9월 중 북극 해빙이 거의 다 녹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구적 변화에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관은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 한파나 추위는 줄겠지만 평균 강수가 크게 늘고, 연안지역 해수면 상승이 전망된다"며 "북극의 변화가 국내 여름철 폭염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모든 시나리오의 결론은 탄소배출을, 지금 당장 극적으로 줄이기 시작하라는 것이다. 지난 5차 보고서에서 산업화 이후 2011년까지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은 1,890GtCO2(기가톤이산화탄소‧1기가는 10억)였는데, 이번 6차 보고서에서는 2019년까지 누적 배출량이 2,390GtCO2로 계산됐다. 8년 사이 20%나 증가한 것이다.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지구 기온 상승 분을 계산해보면, 1.5도 상승까지 남은 이산화탄소 배출누적량은 400~650GtCO2 정도다. 한재각 기후정의활동가는 “남은 탄소배출량을 400GtCO2로 잡고, 국가별 탄소누적 배출량을 인구 수에 비례해 계산해보면 한국에 남은 탄소배출량은 2GtCO2가량”이라며 "국내 연간 탄소배출량이 0.6~0.7GtCO2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작 3년치가 남았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한국에 대한 '탄소중립' 요구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얘기다.
한편, IPCC는 이번 제1실무그룹 보고서에 이어 내년에 2, 3실무그룹 보고서와 종합보고서까지 승인한다. 이 보고서에는 1보고서보다 훨씬 자세한 내용이 담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