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20개로 막 내린 도쿄올림픽…이기흥 “코로나 어려움 속 선전”

입력
2021.08.08 16:37
20면
도쿄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올림픽 결산회견
LA 이후 최저 성적이지만 유망주 발굴 등 성과
병역혜택 편중, 진학포기 등 논의 본격화할 듯
태권도 레슬링 등 강세 종목 고전 해결 과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온갖 논란 속에서 불안하게 개최됐던 2020 도쿄올림픽이 17일간의 뜨거웠던 여정을 8일 마무리했다.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 등 메달 20개를 따내는 성과를 일궜다. 종합 16위의 성적이다. 당초 금메달 7개, 종합 10위를 목표했던 선수단에게는 다소 아쉬운 결과다. 과거와 비교하면 LA올림픽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성적이다.

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두었다.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9연패의 대기록을 세웠고, 안산이 혼성전, 개인전, 단체전을 모두 석권하며 한국 올림픽 사상 첫 3관왕이 됐다. 육상과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도 희망을 봤고 ‘위대한 4등’들이 대회를 빛나게 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경기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은 이번 올림픽의 가장 큰 성과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8일 일본 도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 콘퍼런스홀에서 결산 기자회견을 열고 “금메달 7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이 굉장한 선전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선수들은 경기 자체를 즐기고 페어플레이를 하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특히 여자배구의 김연경 선수가 보여준 헌신과 리더십을 통해 한국 스포츠가 한 단계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젊은 선수들의 발굴과 세대교체는 이번 올림픽의 큰 성과다. 메달 획득 종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 대회 선수단에는 10대가 13명이었다. 이 회장은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젊은 선수들 가운데 메달을 딴 선수가 10여 명에 이른다. 이 외에도 4위를 차지한 어린 선수도 많다”며 “그들이 있어 한국 체육의 미래가 밝다. 향후 올림픽에서 큰 자산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뿌듯함을 내비쳤다.

올림픽이 막을 내리면서 젊은 선수들을 어떻게 지원해 나갈지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젊은 선수들을 어떻게 잘 키워내느냐가 관건이다. 모두가 모여 원점에서 여러 문제를 논의, 통일된 안을 만들어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병역 혜택이 특정 종목에 집중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군체육부대 소속 일병인 우상혁은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4등에 그쳐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회장은 “선수의 경력 단절은 개인의 문제지만 어떻게 보면 국가의 경쟁력 약화 문제이기도 하다. 4등 선수들의 문제를 포함해 논의를 진행해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만들어 보겠다”고 답했다.

전통적 강세였던 태권도와 레슬링이 고전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태권도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고, 레슬링은 출전권도 겨우 땄다. 이 회장은 “귀국하면 각 연맹 관계자, 전문가들과 함께 청문을 하려고 한다. 사심 없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그동안 너무 안주했다. 언제나 투기 종목에서 강세를 보여왔기에 ‘이번에도 우리가 이기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생각이 분명히 있었다”고 지적했다.

도쿄=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