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음악은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균형감을 품고 있는 듯해요. 일단 그의 음악에서는 솔직하고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인간적입니다. 동시에 듣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표현되기 때문에 균형을 유지하죠. 따뜻하지만 너무 뜨겁지 않고, 솔직한데 센스가 있는 작곡가 같아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성격과 유사하죠."
1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크리스토프 포펜 지휘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21)이 생각하는 브람스의 음악세계는 이렇다. 롯데문화재단이 13~22일 개최하는 여름 음악제 '클래식 레볼루션 2021'의 주제는 브람스. 베토벤, 멘델스존의 작품과 더불어 '3대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로 꼽히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1878년 중년에 접어든 작곡가가 쓴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일단 기교적으로 만만찮은 고난도 곡인데다 브람스의 심오한 음악성까지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김동현은 한국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베토벤과 브람스의 협주곡을 대할 때면 스스로 한없이 작아진다"고 고백했다. 천재 작곡가의 원숙미가 가득한 걸작인지라 "곡 자체가 풍기는 아우라가 느껴지고, 때문에 함부로 대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동현은 이번 연주에서 브람스만의 호흡을 표현하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김동현은 "브람스 협주곡에서는 (독주 바이올린에서) 한 번 시작된 노래가 다시 오케스트라에 멜로디를 전달하기까지 긴 호흡이 이어지는데, 이 작품에 무게감을 더하는 요인"이라며 "그 질감을 잘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가능한 긴 호흡으로 브람스 특유의 따뜻함을 객석에 전달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목표다.
포디엄에는 '클래식 레볼루션' 축제의 음악감독 크리스토프 포펜이 선다. 김동현의 스승이기도 하다. 독일 뮌헨 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동현은 지난 3월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다. 특히 "음악을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조언을 들었다. 김동현은 "감정만 앞서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음악에서도 한 발자국 떨어져 넓은 시야로 보면서 이성과 감성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은 2019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평가받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바이올린 부문에서 3위의 성적을 거두며 주목받았다. 당초 콩쿠르 출전 목적이 "많은 사람들에게 김동현을 알리겠다"는 것이었던 만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김동현은 "확실히 대회 이전보다 연주 요청이 늘어났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연주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어진 무대들이 있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콩쿠르의 출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기회가 된다면 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동현은 다음달 초 울산에서 바흐를 주제로 연주회를 개최한다. 10월에는 경기 성남시 티엘아이아트센터 실내악축제에 참여하고, 11월 피아니스트 신창용과 듀오 리사이틀을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