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일본 극우인사가 과외 선생님이었나 보다. 지금이라도 국민과 민생만을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으로 바꾸길 권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5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조언 대상'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그가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는 취지의 발언이 알려지면서다.
이 지사는 "'주 120시간 노동' 발언에 이어 밀턴 프리드먼의 책 한 권으로 가난한 사람에게 '부정식품을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원자력 안전에도 무지를 드러냈다"며 "이런 엉터리 인식과 준비 상태로 어떻게 대통령직을 감당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의 준비 부족을 자신의 시정·도정 경험과 대비해 '비교 우위'를 부각한 것이다.
이 지사는 6일에는 "한때 대통령이 되면 윤 전 검사님을 검찰총장으로 기용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오늘 자로 깊이 사죄드리며 이 말을 철회한다"는 글을 남겼다. 윤 전 총장 캠프가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후원금 뇌물수수 의혹'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K-스포츠재단 모금 의혹'에 빗댄 것을 반박하면서다. 그러면서 "국정에 대한 몰이해와 준비 부족 중구난방을 보면서도 검사로서의 실력은 믿었는데, 안타깝게도 윤 후보님은 악성 특수부 검사의 한 명에 불과해 보인다"고 비꼬았다.
이처럼 '윤석열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는 이 지사는 국민의힘 다른 주자에 대해서는 거의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이 지사 캠프가 윤 전 총장에 관해 내놓은 논평은 총 7건으로 하루 1건 이상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 "사이비 분배 정책"이라고 저격하고 있음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선택과 집중'에 따라 '1위 주자 때리기'만 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 지사는 현재 윤 전 총장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다른 야권 주자들에게 화력을 분산시키기보다 본선 상대로 만날 가능성이 큰 윤 전 총장을 집중 타격하겠다는 뜻이다. 윤 전 총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선명해질 공산이 크다.
이 지사 측은 이러한 구도가 당내 경선에 미치는 효과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윤석열의 대항마는 이재명'이란 인식이 굳어질수록 당내 경쟁주자들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정책 역량 등에서 본선 경쟁력이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을 앞선다는 자신감도 배경이다.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윤 전 총장과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결국 국민은 더 실력 있고 더 준비된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