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 여파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득세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치안 불안이 점점 극심해지고 있다. 수도 카불에선 국방장관을 노린 테러가 발생해 민간인이 사망했고, 아프간 남부 지역의 핵심 주도(州都)는 탈레반이 장악을 눈앞에 두고 있다.
AFP통신은 3일(현지시간) 카불에서 비스밀라 칸 모함마디 아프간 국방장관을 겨냥한 폭탄 테러가 일어나 최소 4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중에는 민간인도 포함돼 있으며, 이번 공격으로 주민 수백 명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정부군은 “테러범을 추적해 전원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카불 내에서도 고위급 인사의 공관과 대사관이 모여 있는 그린존(경비강화 구역)에서 벌어졌다. 테러가 발생했을 때 모함마디 국방장관은 공관을 비운 상태였기에 피해를 입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탈레반은 테러 다음 날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며 “앞으로 고위 인사를 노린 공격이 더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선언한 이후 아프간의 치안 상황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같은 날 탈레반이 아프간 남서부 헬만드주 주도인 라슈카르가시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헬만드주를 보안을 담당하는 사미 사다트 아프간 사령관이 “작전을 시작할 수 있도록 빨리 떠나 달라”며 주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할 정도였다. 신문은 탈레반과 정부군의 교전으로 지난 24시간 동안 최소 40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10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현재 농촌과 소도시를 중심으로 국토의 절반 이상을 손에 넣었지만, 아직 대도시에는 세력을 뻗치지 못한 상태다. 영국 BBC 방송은 라슈카르가가 넘어간다면 탈레반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주도를 장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정부군이 라슈카르가를 잃는다면 그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심 도시를 지키겠다고 약속해 온 정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어떤 폭력도 허용돼선 안 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탈레반과 모든 당사자들이 즉각 폭력을 멈추길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