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패싱 외

입력
2021.08.06 04:30
18면
문학·어린이 청소년
문학

△패싱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패싱(passing)'은 흑인이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숨기고 백인 행세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흑인 여성에 가난한 고아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클레어는 '패싱'을 통해 백인 사업가와 결혼한다. 인종차별주의자였던 그의 남편 때문에 클레어는 단 하루도 백인 행세를 멈추지 않는다. 클레어의 동창 아이린은 역시 백인 전용 호텔이나 헤어숍을 드나들며 패싱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흑인 사회의 활기찬 삶을 그리워하게 되면서 할렘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다. 레베카 홀 감독이 영화화했으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민음사·240쪽·1만4,000원

△비대칭

리사 할리데이 지음. 허진 옮김. 뉴욕의 젊은 작가 지망생과 이라크계 미국인 청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뉴욕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앨리스는 유명 소설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 작가를 꿈꾸는 앨리스는 그를 존경하지만, 때론 그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이라크계 미국인 청년 아마르는 형을 만나러 가던 중 경유지인 런던에서 테러범으로 몰려 억류된다. 반복되는 심문과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자신과 가족의 삶을 돌아본다. '비대칭'으로 보이는 둘의 이야기가 하나로 겹치는 순간을 느껴 본다. 2018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현대문학·388쪽·1만5,000원

△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매년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프랑스 인기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 아름답기로 소문난 마리는 자신보다 더 아름다운 딸 디안을 질투하며 사랑을 주지 않는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란 디안은 엄마의 나이와 비슷한 교수 올리비아와 가까워지고, 그가 친딸 마리엘을 무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녀뿐 아니라 교수와 제자의 관계, 자매나 친구 사이 등 여성들의 다양한 관계에서 펼쳐지는 긴장감을 느껴본다. 미메시스·200쪽·1만2,800원


△여덟 편의 안부 인사

하명희 외 지음. 우리 문단의 중심에 있는 여성 작가 여덟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독자들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낸다. 여덟 편의 짧은 소설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지금의 막막한 순간도 곧 지나가리라 믿으며 묵묵히 버틴다. 자신이 바라던 꿈에서 멀어져가는 삶을 사는 여자들이 서로에게 안부를 전한다('혜영의 안부 인사'). 권여선, 강영숙, 조해진, 하명희, 임솔아, 이승은, 오수연, 박서련 작가가 참여했다. 강·216쪽·1만4,000원


△지금부터는 나의 입장

유계영 지음. 독특한 시선과 언어 활용으로 주목받는 시인 유계영의 새 시집. 좋고 싫음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 '직진성'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인다. "눈동자 한 숟갈만 퍼먹어도 되겠니 매우 달콤할 테니까. 고약한 네가 아름다운 시를 써와서 영혼이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좋거나 싫은 것으로 가득한 생활'). 자명하고도 혼란한 이미지로 자신만의 시 세계를 선보여 온 시인은 삶을 둘러싼 것들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아침달·124쪽·1만 원


어린이·청소년

△유튜버가 된 햄스터 얌마

신전향 지음.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햄스터의 '건강한 크리에이터' 성장기. 햄스터 얌마는 '고양이가 햄스터한테 혼나는 장면'을 영상으로 올리고 폭발적 반응을 얻는다. 자극적 영상이 구독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얌마는 누나의 일기를 훔쳐보고 형에게 거짓말을 해 가며 영상을 만든다. 조회수는 늘었지만 그를 싫어하는 댓글이 많아지고 누나와 형도 그를 외면한다. 결국 유튜버에게도 윤리적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 말미에 아이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기 전 알아야 할 주의 사항을 수록했다. 머스트비·48쪽·1만2,000원


△산책 가자

윤예지 지음. 길 위의 풍경과 걷는 존재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 갈색 푸들의 눈으로 바라본 산책길 풍경을 담았다. 항상 만나는 얼굴들과 새로 보이는 얼굴들 모두 반갑다. 자전거 주차장을 지키는 검은 고양이, 그리고 그의 단짝 노란 고양이가 오늘도 잘 있음을 확인한다.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는 일을 좋아했던 작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라진 세상 속에서 길과 산책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문학동네·48쪽·1만6,000원

△여기, 지금, 함께

이소영 지음. 보금자리를 잃은 동물들이 낯선 곳에서 함께 공존해 가는 이야기. 숲속에서 평화롭게 살던 토끼 토토와 지비는 낯선 이들에 의해 살던 곳에서 쫓겨난다. 작은 뗏목을 타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 토토와 지비. 그러나 낯선 아저씨가 인도한 도착지에서 다른 멸종동물들과 함께 철창 안에 갇히고 만다. "세상은 이렇게나 넓은데 왜 우리가 살 곳은 없는 걸까?" 슬퍼하는 이들은 무사히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날 수 있을까. 동물의 몸짓과 표정은 정교한 석판화 그림으로 묘사됐다. 해와나무·48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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