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국내 접종이 시작된 지 159일 만에 1차 백신 접종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섰다. 1차 접종 인원만 따지면 전 국민의 40% 정도가 백신을 접종했다지만, 백신 수습 불안과 변이 확산 등으로 인해 불안감을 가시게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불안감을 잠재우려면 백신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전 세계적 백신 쟁탈전이 만만찮은 수준이어서다.
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 등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9월 국민 70%(3,600만 명) 1차 접종, 11월 2차 접종 완료’까지 문제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4,000만 회분 도입 예정이라던 모더나 백신 공급은 한 차례 지연됐고, 역시나 4,000만 회분을 계약한 노바백스 백신은 미국에서도 아직 쓰이지 않고 있다. 거기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부작용 문제 때문에 접종연령이 '50세 이상'으로 제한됐고, 얀센 백신은 AZ 백신처럼 연령 제한이 있는데다 예방 효과가 66%로 가장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결론적으로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mRNA 벡터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가져올 수 있느냐댜. 전 세계 백신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는 미국 듀크대 글로벌보건혁신센터 자료를 보면, 화이자와 모더나 두 회사의 백신 공급은 전 세계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모더나의 올해 생산 능력은 8억 회분 정도인데, 계약분은 그 2배인 15억4,500만 회분에 이른다. 기존 계약분을 소화해내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모더나는 내년엔 30억 회분까지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대량 생산 경험이 부족한 벤처 기업에 가까워서 실제 성사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화이자도 마찬가지다. 올해 생산 가능 물량은 30억 회분인데 계약한 물량은 그보다 1억987만 회분이 더 많다. 모더나와 달리 대량 생산 경험이 풍부한 화이자의 경우 올해 생산 물량을 13억 회분에서 30억 회분으로 두 배 이상 부랴부랴 끌어올렸다. 그런데도 계약 물량을 다 맞추지 못한 것이다.
여기다 백신 계약은 올해 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변이 대응을 위한 부스터샷에다 내년 접종분까지 감안해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구 선진국이 발 빠르다.
인구 3억3,000만 명의 미국은 모더나와는 9억 회분, 화이자와는 10억 회분 물량을 계약해뒀다. 인구 5억 명의 EU 역시 모더나와는 5억4,000만회분, 화이자와는 24억5,000만 회분의 물량을 계약해뒀다. 올해와 내년은 물론, 내후년에까지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쓸어담아가듯 계약해둔 것이다.
이 와중에 화이자와 모더나가 EU에 공급하는 백신 가격을 25% 10%씩 각각 인상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에 대한 백신도 개발 중이라 가격을 올린 것 같다"며 “내년에는 선진국들은 대부분 mRNA 백신으로 접종 백신을 통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때부터 우리 정부는 국산 백신 개발을 강조해왔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큰 진전은 없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개발회사는 모두 7개사다. 이 가운데 최근 임상 3상 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백신은 화이자·모더나처럼 mRNA벡터가 아니라 노바백스처럼 단백질 벡터 백신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에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백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노바백스와 비교임상을 하는 문제, 변이에 대항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mRNA 백신 개발은 돈이 많이 들고 생산공정이 까다로워서 쉽게 따라잡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당분간 우리는 어디선가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구해와야 한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내년도 백신 물량 확보 문제에 대해 "아직 협상의 초기 단계"라는 대답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