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좀 합시다"… 與 대표 만난 자영업자들, 방역지침 재검토 호소

입력
2021.08.0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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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비대위, 송영길·김두관과 '현장 간담회'
'확진자 수→치명률' 중심 방역체제 개편 주장
업종별 특성·형평성 감안한 방역조치 주문도
송 대표 "백신 접종률 70%가 전환점" 신중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집합금지·영업제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여당 대표를 만나 고충을 토로하고 방역수칙 기준 전환을 호소했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개편 기준을 현행 확진자 수에서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로 바꾸자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19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3일 서울 마포구 소재 커피전문점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자영업자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여당 대선 후보 경선주자로 지난달 23일 비대위와 간담회를 가졌던 김두관 의원도 참석했다. 비대위는 지난달 2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김기홍 비대위 대표는 최근 PC방 운영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국가 예산도 넉넉하지 않은데 언제까지 손실보상 예산을 늘리면서 채무만 지도록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원 지하철·버스에서의 확진자가 '0'인데 그만큼 개인 방역이 중요하다는 뜻"이라며 "시설 규제 방역 패러다임을 전환해 장사 좀 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비대위는 특히 자영업 방역수칙 기준 전환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재인 대변인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 6개월 지났고 치명률이 많이 떨어져 독감과 유사한데도 초기 방역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치명률 중심으로 전환하고 업종별 확진자 발생 통계를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어느 한 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전체 업종을 문닫게 하는 방역정책은 더 이상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종별 대표들은 △업종별 특성과 피크 시간을 고려한 형평성 있는 방역수칙 수립 △자영업자 기본권 제한에 따른 현실적인 손실 보상 △코로나19 대출 원금·이자 상환기한 연장 등도 요구했다.

간담회에선 자영업계 경영난 호소가 줄을 이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는 "주류를 취급하는 업종에 22시 영업제한, 3인 이상 집합금지는 영업금지와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단체 공신 총무는 "소위 '2차'를 온 손님을 상대하는 가게는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가 피크 시간인데 현재 방역수칙은 이 시간에 단 2시간만 영업하라는 셈"이라며 "업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소한 개점, 피크시간은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조지현 전국공간대여업협회 대표는 "파티룸은 퇴근하고 오는 손님이 대부분인데 겨우 2시간 쓰려고 대관할 사람은 거의 없다"며 "협회 소속 700개 업소가 올해 1~6월 매출이 200만 원도 안 됐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모르는 게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면서 "많은 자영업자가 불법 영업을 강행하고 범법자가 돼가는데, 이제는 나라가 방법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송영길 대표는 자영업자 고충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방역수칙 개편 요구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중증환자 치명률 중심으로 관리체제를 바꾸는 단계가 곧 오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까지는 조심스럽다"면서 "8, 9월까지 백신 접종률 70%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그때가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 대출기한 연장이나 이자 감면 등 말씀을 잘 수용해 당정 협의에서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김두관 의원은 "방역당국이 신중히 결정할 문제지만 자영업자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는 것은 지속성이 없다"면서 치명률 중심의 방역체제 전환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국의 코로나19 치명률은 독감과 비슷한 1.04% 수준"이라며 "싱가포르처럼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만 관리하는 체제로의 변화를 당정이 모색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