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원유 뛰면 줄인상 막을 방법 없어…원재료 인플레의 '나비효과'

입력
2021.08.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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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主食) 가격 좌우하는 밀 가격 인상 코앞
북미 작황 피해, 인건비·해상운임 증가 등 영향
정부, 우윳값 잡으려 동결 요청 등 안간힘

줄줄이 오른 밀과 원유(原乳) 등 원재료 가격이 밥상 물가를 잇따라 밀어올리는 '나비효과'가 가시화됐다. 특히 밀은 해외에 공급을 의존하는데, 현지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과 유동성 자금이 가격을 끌어올려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주요 제분사들은 이르면 이달부터 밀가루 가격 5~10% 인상안을 놓고 고객사들과 협의 중이다. 전체 제품군 중 밀가루가 원재료인 라면이 약 70%인 농심도 최근 거래 중인 제분사로부터 가격 인상 요청을 받았다. 매출 중 라면 비중이 약 30%인 오뚜기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밀 가격 상승이 국제적인 현상이라 인상이 불가피, 인상률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분업계와 식품업계에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북미지역의 밀 작황 불안, 급등한 해상운임 등 복합적 요인이 이미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였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력 공급이 원활치 않아 노동비용이 크게 오른 점도 국내외 농산물 출고가 인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원재료 시장에 유입되는 유동성 자금 역시 밥상 물가 급등의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이 국내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이후 거대자금이 유입된 펀드가 원유나 곡물 등 상승 가능성이 큰 원재료 시장으로 쏠리면서 선물가격 상승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제분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분사들은 늦어도 4, 5개월 전 원맥을 선구매해 재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데 최근 가격이 너무 오른 탓에 연말에 들여올 물량 계약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전했다.

급박한 정부, 원윳값 동결에 매달리지만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인상하기로 한 원유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밥상 물가가 이미 치솟을 대로 치솟아 원유까지 오르면 하반기 물가 인상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예정된 낙농진흥회의 유대조견표 발표를 미루고 비공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유대조견표는 우유 가격 산정 기본 틀로, 원유가격 산정체계와 농가 원유가격 등이 명시된다. 원유 가격은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씩 오를 예정이었다.

원윳값 인상은 곧 우유뿐 아니라 우유를 원료로 하는 치즈,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윳값 상승이 전체 식품 물가를 도미노처럼 밀어올리는 '밀크 인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18년에도 원유가 4원 오르자 유업계는 우유 제품군 가격을 3.6~4.5% 올렸고, 제과류 등도 잇달아 가격이 인상됐다. 올해는 원윳값 인상 폭이 5배에 달해 우유 가격도 더 큰 폭으로 뛸 수밖에 없다.

박지연 기자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