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 딴 여서정 아빠 여홍철 "체조 더 빨리 시킬 걸 그랬죠"

입력
2021.08.02 14:30
여홍철 "서정이 6세 때 처음 체조선수 되고 싶다고"
"어린 마음에 그런 줄 알아...2년 더 빨리 시킬 걸"
"신기술 하나 더 연습 중...파리올림픽 금메달 기대"

한국 여자 기계체조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안겨준 여서정(19)의 성과에 대해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가 2일 "서정이가 체조하고 싶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말고 더 빨리 시켰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서정은 전날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도마 종목에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서정이가 체조를 하고 싶다고 할 때가 6세쯤 됐었다"며 "그저 나이가 어리고 아빠 엄마가 체조 관련 일을 하며 경기장에 자주 가니까, 체조선수를 보면서 그런 마음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반대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여 교수는 이어 "그런데 1년, 2년이 지났는데도 체조선수가 되고 싶다고 해서 '진짜 체조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게 본인의 의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생각하면 그때 더 빨리 시작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며 "한 2년 정도 전에 제가 그 이야기를 빨리 캐치해서 체조를 시켰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하기도 한다. 미국이나 유럽 선수들은 보통 5, 6세 때 체조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여 교수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도마 종목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90년대 당시 세계적인 체조선수로 명성을 떨쳤다. 여 교수의 아내 김채은씨도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동메달 등 메달리스트다.

여서정은 부모의 운동 실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도마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연달아 도마에서 동메달을 따며 명실공히 이 종목 세계적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올림픽 도마 결승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여' 기술(난도 6.2)로 1차 시기 15.333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으며 기술도 알렸다. 1차 시기 점수는 이날 결승에 진출한 선수들이 1, 2차에서 받은 점수 중 가장 높았다.

여서정은 2차 시기에서 난도 5.4로 비교적 쉬운 기술을 선택했으나 착지 동작에서 약간 흔들리면서 14.133의 점수를 얻었다. 최종 순위는 1, 2차 시기 점수의 평균 점수로, 여서정은 14.733을 받았다.


여 교수는 딸의 2차 시기 점수가 조금 아쉬웠다며 "전날 통화를 했는데 왜 2차 시기 때 착지가 그랬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조금 설레는 마음에 더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는데, 그것이 2차 시기 때 기술이 (오히려) 너무 잘 돼서 그런 부분(착지에서 약간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여 교수는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가고 싶다고 도쿄올림픽 가기 전에 이야기했었다"면서 "신기술을 하나 더 연습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완성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를 잘 안하는데, 만약에 신기술이 완성된다면 주위에서도 파리올림픽에서 더 금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며 "만약 다음 올림픽까지 갈 생각이 있다면 자만하지 말고 자신의 목표대로 금메달의 꿈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부모로서, 체조계 선배로서 조언했다.

강은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