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임기 만료와 함께 퇴임을 앞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남긴 한마디는 이랬다. “임기 동안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겸허한 목소리로 정부 실정(失政)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미국과의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ㆍ이란핵합의) 재개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민생에 타격을 줬다는 사실도 에둘러 인정했다. 5일(현지시간) 보수 성향이자 대미(對美)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신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이란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떠나는 대통령의 ‘반성문’인 셈이다.
1일 이란 국영TV를 통해 방영된 마지막 내각 회의에서 로하니 대통령은 “때때로 국민에게 진실의 일부를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발표한 것은 현실과 상반되진 않았지만, (밝히지 않은 진실은) 국민 통합을 해칠까 두려웠다”고 했다. 이 같은 로하니 대통령 발언에 대해 AP통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최근 극심한 가뭄 등 각종 위기 상황을 직면하고도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해 1월 미국의 공습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숨진 데 대한 보복 공격 과정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를 염두에 둔 언급으로도 풀이된다.
지난 8년간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힘썼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도널드 트럼프→조 바이든’ 순으로 연이은 미국 정권 교체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방적 JCPOA 탈퇴는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하던 온건파의 정권 재창출을 가로막았다. 로하니 대통령도 2015년 오바마 정부 때 체결된 JCPOA에 대해 “경제와 정치, 모두에서 이란에 승리를 안겨줬다”면서도 “(트럼프 정부의) 제재로 석유와 은행 거래가 끊기며 상황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한 자릿수로 낮추려 노력했지만, 나라가 경제 전쟁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문제는 향후 이란과 서방의 충돌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출범을 목전에 둔 라이시 정권을 둘러싼 우려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JP)는 “라이시 대통령이 ‘폭발음(bang)’과 함께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오만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이스라엘 선박 공격 사건은 이란의 소행이라는 주장이다. 이 매체는 또, “라이시 대통령 취임이 임박하면서 이미 핵합의 복원 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안심할 수 없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