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도쿄올림픽에서 중국을 이기고 메달을 따낸 일본 선수를 겨냥한 인터넷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선수들이 고통을 호소하자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선수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올림픽 탁구 혼성 종목에서 이토 미마 선수와 함께 중국 선수를 이기고 금메달을 획득한 미즈타니 준 선수는 “죽어라” “사라져라” 같은 악성 문자가 계속 오는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공개했다. 발신자의 국적은 알 수 없지만 자타공인 중국의 ‘국기(國技)’인 탁구 종목에서 자국 선수를 이겼다는 데 불만은 품은 중국 네티즌들의 공격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올림픽 탁구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33년 만에 처음이고, 중국이 아닌 국가의 올림픽 금메달은 2004년 아테네 대회 남자단식에서 우승한 한국의 유승민(대한탁구협회장) 이후 17년 만이다.
그는 악성 문자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내가 이것을 방치하면 다음 타깃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2일 밝혔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부당한 공격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체조 남자 개인종합 결승전에서 일본 대표로 출전, 중국의 샤오뤄텅을 누르고 금메달을 딴 하시모토 다이키 선수에 대해서도 비난 글이 쏟아졌다. 하시모토가 도마에서 착지 때 균형을 잃어 발이 매트 밖으로 나갔음에도 결국에는 0.4점 차이로 샤오뤄텅을 앞선 것은 부당한 판정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판정에 대한 불만에 그치지 않고 “훔친 메달은 밤에 당신을 죽일 것”이라는 등 선수 개인에 대한 공격이 계속됐다. 이에 국제체조연맹(FIG)은 상세 감점 항목을 공개하고 ‘심사는 공정했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샤오 선수도 마루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후 “선수에 대한 과도한 공격을 삼가 달라”며 “나는 하시모토 선수를 체조 선수로 존경하고 있다.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고통이 커지자 JOC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JOC는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선수에 대한 SNS에서의 중상 비방을 감시·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악질적인 게시물은 경찰에 신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해외 발 비방 글에 대해서까지 게시자를 찾아 내 처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