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병 버릴 때 뚜껑 떼지 마세요

입력
2021.08.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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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배출을 하려는 소비자들이 자주 맞닥뜨리는 고민이 있다. 이건 뚜껑을 닫아서 버려야 하나, 뚜껑을 떼고 버려야 하나.

원칙적으로는 뚜껑과 본체의 재질이 다르면 뚜껑을 떼고 분리배출해야 한다. 예외도 있다. 가장 흔한 생수병 페트(PET)만 해도 뚜껑을 닫아서 본체와 함께 버리는 게 좋다. 뚜껑을 떼지 않고 버리는 게 더 좋거나, 떼지 않아도 상관없는 품목들을 소개한다.

우유팩+플라스틱 뚜껑

환경부에 따르면 플라스틱 뚜껑을 사용하는 우유팩은 뚜껑을 닫아 버려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종이는 재활용할 때 잘게 분쇄한 뒤 약품과 물을 이용해 짓이기는 ‘해리 과정’을 거친다. 이때 종이가 죽처럼 풀어지며 플라스틱 뚜껑과 자연스레 분리된다.

분리된 플라스틱 뚜껑은 따로 모아 화력발전의 연료로 사용하는 고형연료제품(SRF) 업체로 보내기도 한다. 원래 플라스틱 뚜껑은 소비자가 분리해서 버리면 크기가 작아서 선별이 되지 않아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다만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업체가 뚜껑을 폐기하게 되면 비용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플라스틱 사용량을 종이팩 중량의 10% 이내로 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명 PET병 뚜껑

투명 PET병은 납작하게 눌러 압축한 뒤 뚜껑은 닫아서 버리는 게 좋다. 재활용 공정에서 자동으로 뚜껑을 분리할 수 있고, PET병 안에 오염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PET병 뚜껑엔 보통 PEㆍPP 재질이 사용되는데 둘 다 물에 뜬다. 반면 몸체인 PET 재질은 물에 가라앉는다. PET병을 잘게 자른 뒤 수조에 씻는 과정에서 뚜껑 조각들은 물에 떠올라서 분리할 수 있다.

또 PET병이 재활용 업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어서 뚜껑을 닫아 버리는 게 좋다고 한다.

비닐류ㆍ합성 플라스틱 + 플라스틱 뚜껑

비닐 용기나 합성(기타·Other) 재질 플라스틱에 플라스틱 뚜껑이 있다면 떼지 않고 닫아 버려도 된다. 플라스틱을 녹여 다시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는 ‘물질 재활용’이 아니라, 화력발전을 위한 연료로 쓰는 ‘에너지 재활용’으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비닐류는 80% 이상, 기타 재질 플라스틱은 거의 대부분이 SRF로 쓰인다. 색깔과 재질이 다양해서, 같은 재질끼리 모아야 품질이 유지되는 물질 재활용에 쓰기 어렵다. PVC 등 소각 시 유해물질이 나오는 일부 재질을 제외하면, SRF로 사용할 땐 플라스틱이기만 하면 큰 지장이 없다.

다만 환경 전문가들은 “에너지 재활용은 폐자원을 재가공해 다시 새로운 자원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의 재활용과 다르다”며 “자원순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타 재질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철캔+다른 재질 뚜껑

철캔류는 재활용 기술이 발달하고 철의 녹는 점이 높아 다른 재질의 뚜껑을 덮은 채 분리배출해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제철소 용광로는 1,500도 이상이고 기술이 발달해 약품처리ㆍ이물질 제거 등이 수월하다.

그러나 철과 혼동할 수 있는 알루미늄은 뚜껑 재질이 몸체와 다를 경우 제거해서 버려야 한다. 철에 비해 순도에 민감해서 적은 이물질로도 재활용품 품질이 떨어진다. 기본적으로 유리ㆍ알루미늄ㆍ단일 재질 플라스틱은 뚜껑 재질이 몸체와 다르면 반드시 떼어내서 분리배출해야 재활용될 수 있다.

또 플라스틱 뚜껑과 달리, 철로 만든 뚜껑은 크기와 상관없이 재활용이 된다. 철은 자석을 이용하기 때문에 크기가 선별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