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면서 당내 대권주자들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특히 '입당 허니문'을 누리다 윤 전 총장에게 '신입당원' 타이틀을 넘겨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최 전 원장은 일단 '도덕성 검증'을 벼르면서 윤 전 총장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지난달 15일 국민의힘 입당 이후 2주간 당원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집토끼 잡기'에 주력해왔다. 현역 의원들은 물론 당 사무처 직원들에게 "신입당원 최재형입니다"라며 인사를 돌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저울질하는 동안 당과 일체감을 무기로 전통 보수 지지층을 품겠다는 전략에서다. 실제 효과로도 나타났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주자 가운데 윤 전 총장 다음으로 이름을 올리며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제는 당심을 두고 윤 전 총장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과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면서 대립구도가 표면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최 전 원장 측은 도덕성과 정책 면에서 윤 전 총장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1일 "개개인에 대한 당내 검증 국면이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두 후보가 비교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처가를 둘러싼 도덕성 문제와 모호한 정책·비전에 대한 견제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인' 최 전 원장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윤 전 총장과 대결구도를 공고히 만들어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선 이달 경선버스 출발 전까지 10%대 지지율 확보가 당면 목표다. 이에 따라 4일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법치·통합·치유·미래를 강조한 정책 비전을 밝힌다. 후원회 조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랜 친구인 강명훈 변호사가 후원회장을 맡는다.
정부·여당을 향해서는 선명한 '공격수 본색'을 선보이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서울 이태원 음식문화거리 골목을 찾아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청취한 자리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정치적 매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여권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사이비 분배 정책을 내놓고 성장 정책이라 주장하는 이 지사의 생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정책 화장술'이고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