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31일 일본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치른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 멕시코전에서 3-6으로 완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여름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내린 수비라인이 문제였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넘어서겠단 각오로 나섰지만, 두 말 할 것 없는 완패를 당하며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물러섰다. 개최국 일본은 4강에 올랐다.
이날 전반 초반부터 김학범호는 강력한 전방 압박을 바탕으로 멕시코 골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멕시코는 전반 10분을 넘긴 뒤부터 빠른 역습을 시도하며 한국 골 문을 노렸고, 전반 12분 기습적으로 첫 골을 넣었다. 왼쪽에서 알렉시스 베가(24)가 올린 크로스를 오른쪽에서 루이스 로모(26)가 헤딩으로 밀어줬고,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헨리 마르틴(29)이 헤딩 골로 연결했다. 수비라인과 골키퍼가 전혀 손을 쓰지 못한 실점이었다.
한국은 8분 만에 동점골로 분위기를 바꿔놨다. 전반 20분 이동경(24)이 김진규(24)가 내준 패스를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이어 받았고, 상대 수비를 완전히 제친 후 정확한 왼발 중거리 슛으로 골 망을 갈랐다. 이동경은 전반 25분에도 페널티 박스 왼쪽을 파고들어 오른발 감아 차기로 역전을 노렸지만, 오른쪽 골 포스트를 살짝 비껴갔다. 멕시코 와일드카드 기예르모 오초아(36)의 선방도 빛났다.
멕시코는 이내 한국 수비라인을 허물고 반격했다. 이번에는 전반 30분 베가의 침투 패스를 로모가 직접 슈팅으로 연결해 골 망을 갈라 1-2를 만들었다. 역습 상황에서 한 번에 뚫린 수비라인이 아쉬웠다. 후반 37분에는 강윤성(24)이 페널티 박스 내에서 우리에 안투나(24)에 반칙을 저질러 페널티 킥을 내줬고, 멕시코의 세바스티안 코르도바(24)가 침착히 밀어 넣어 점수 차를 1-3으로 벌렸다.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까지 추가 득점을 노렸지만 따라가지 못했다.
전반을 두 점 뒤진 채로 마친 김학범 감독은 후반 들어 김진규와 강윤성, 김동현(24)을 빼고, 권창훈(27)과 원두재(24), 엄원상(22)을 투입했다.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분위기를 장악하며 한 점을 쫓아갔다. 전반 6분 김진야(23)의 전방 압박으로 따낸 공을 한국이 역습으로 연결했고, 이동경이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확한 왼발 슛으로 골 망을 갈랐다.
그러나 한국은 3분 만에 또 허무하게 실점했다. 전반 9분 왼쪽 측면에서 코르도바가 찬 프리킥을 정면으로 달려 든 마르틴이 헤딩 골로 연결했고, 이후 18분에는 코르도바가 직접 자신의 두 번째 골을 성공하면서 점수를 2-5까지 벌렸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 27분 엄원상을 다시 빼고 이강인(20)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고, 이강인은 후반 31분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 문을 두드렸다.
한국은 후반에 들어간 아귀레(23)에게 후반 39분 한 골을 더 허용하면서 2-6으로 밀렸고, 후반 45분 황의조(29)가 뒤늦게 헤딩으로 추격 골을 넣었지만, 따라가긴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한국은 결국 3-6으로 패하며 도쿄올림픽을 마무리했다.
한편 앞서 시작된 일본과 뉴질랜드의 9강전에선 양팀이 정규 90분과 연장전까지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 돌입, 뉴질랜드 키커 2명이 성공할 때 일본은 4명이 성공해 승자가 갈렸다. 4강에 오른 일본은 코트디부아르를 2이 이겼다. 일본은 코트디부아르를 5-2로 꺾고 4강에 안착한 스페인과 3일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