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죽는다. 남편은 해외 파병 군인. 슬픔보다 걱정이 앞선다. 청소년 딸이 받은 충격이 예사롭지 않다. 파병으로 가뜩이나 집을 오래 비워 마음의 거리가 먼 딸이다. 누군가 찾아와 그럴 듯한 근거를 제시하며 아내가 살해됐다고 주장한다. 빼어난 전투력을 지닌 남자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복수에 나선다. 너무 뻔한 이야기라고? 덴마크 영화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장르적 규칙을 뒤집고, 상투적 표현을 제거하며 여러 재미를 쌓아간다. 요 근래 가장 참신한 액션 영화다.
군인 마르쿠스(매즈 미켈슨)는 해외 파병 중에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아내가 지하철 충돌 사고로 숨졌다는 내용이다. 함께 지하철을 탔던 딸은 살아남았다. 마르쿠스는 정서적 교감이 없던 딸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모른다. 아내를 잃은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아내와 지하철을 함께 탔던 한 과학자 오토가 실의에 잠긴 마르쿠스를 찾아온다. 희생자 중엔 범죄조직 수장의 범법행위를 법정에서 증언할 사람이 있다며 충돌 사고는 정교하게 계획된 범죄라고 주장한다. 마르쿠스는 반신반의한다. 하지만 오토의 동료들은 컴퓨터에 매달려 사는 ‘너드’다. 이들이 해킹을 통해 모은 자료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확실하다. 아내는 범죄의 부수적인 희생자였다는 것.
마르쿠스는 살인병기다. 오랜 파병 생활 때문인지 분노를 쉬 조절하지 못하는 성격 장애까지 갖췄다. 아내를 죽인 범죄조직을 알게 됐으니 참지 못한다. 경찰도 쉬 건들이지 못하는 범죄 수장이라고 아랑곳없다. 그는 직진으로 내달린다. 적과 마주하면 주저 없이 때리고 쏜다. 악랄한 범죄조직이라고 해도 훈련과 실전으로 다져진 마르쿠스를 막긴 쉽지 않다.
게다가 오토 일행이 힘을 보탠다. 방대한 인터넷 바다를 샅샅이 뒤져 필요한 정보를 쏙쏙 전해준다. 마르쿠스의 무력과 오토 일행의 정보력이 만나 천하무적처럼 보인다. 오토 일행은 자기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딸에게 위안을 주기도 한다. 각자 가슴 깊이 상처를 지닌 그들은 마르쿠스와 그의 딸을 진심으로 도우려 한다. 마르쿠스의 집은 기이한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마르쿠스 가족과 오토 일행의 동거는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된다.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컴퓨터로 흥한 자, 컴퓨터로 망한다. 마르쿠스 일행은 생각지도 않은 실수로 범죄조직에게 은신처의 단서를 제공한다. 범죄조직은 잔혹성을 발판 삼아 치밀하게 반격을 준비한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오토가 제시했던 가설 중 큰 전제가 오류로 밝혀진다. 아내는 범죄가 아닌 사고로 숨졌을지 모른다. 마르쿠스는 흔들린다. 그가 범죄조직에 맞설 수 있었던 용기의 원천은 분노였기에. 하지만 범죄조직과의 전쟁은 진행 중이다. 물러설 수도 나갈 수도 없는 상황. 최후의 결전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