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한 달 만이다.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해 제1야당에서 정정당당하게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입당은 극소수의 측근들만 알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입당 발표를 하루 앞둔 29일 밤 윤 전 총장이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8월 경선 버스'에 윤 전 총장이 탑승하면서, 보수진영 대선 레이스는 국민의힘 중심으로 펼쳐지게 됐다. '보수 대표 선수' 자리를 둘러싼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의 경쟁도 조기에 불붙게 됐다. 두 사람은 이미 전투 모드다.
윤 전 총장의 입당은 기습적이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입당 원서'를 직접 제출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꽃 목걸이'를 걸어줄 당 지도부가 지방 일정과 휴가로 마침 자리를 비웠지만, 단 며칠도 기다리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제가 불확실성을 보이는 게 정권 교체에 혼선과 누를 끼치는 것 같다"며 "결심한 지 몇 시간 안 됐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외연 확장을 하겠다며 국민의힘 입당을 주저해왔다. 그러나 한 달간 장외에서 다소 두서 없는 행보를 한 결과 지지율이 상승세를 멈췄다. 배우자·처가와 관련된 각종 네거티브 공세가 심화되면서 당의 '방어막'도 필요해졌다. 실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흘리기 시작한 지난 주말 이후 지지율 하락세가 둔화됐다.
국민의힘에 먼저 입당한 최 전 원장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것도 의식했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각종 리스크와 네거티브 공세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최 전 원장이 지지율 10%를 넘기게 되면 '대세 주자'를 지키기 어렵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전국을 권역별로 한 바퀴 돌며 민심을 들은 뒤 입당을 천천히 결단하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며 "'그런 형식적 모양새보다 입당 시기를 놓치면 기회가 없다는 현실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주변에서 많이 했고, 결국 수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최근 '기습적 찌르기'를 주고받으며 견제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5일 국민의힘에 먼저 합류하면서 '입당 효과'를 선점했다. 지난 25일엔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 만나 흐름을 바꾸었다. 윤 전 총장은 27일 부산을 다니면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동행해 세를 과시했다. 최 전 원장의 고향은 부산이고 현재 그를 지지하는 의원 중 다수가 부산·경남 출신이다.
최 전 원장은 28일 즉각 반격했다. 윤 전 총장에게 계파 갈등 해소를 명분으로 '공개 회동'을 제안했다. 윤 전 총장을 계파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한 셈이라 파장이 컸다. 윤 전 총장은 호응하지 않는 것으로 침묵의 재반격을 가했다.
최 전 원장은 하루 만에 다시 허를 찔렀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는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했는데, 그 현장에 예고 없이 찾아간 것. '윤 전 총장을 돕기 위해 기획된 시위'라는 의미를 흐리는 데 성공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대선캠프도 서로를 향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전 원장 캠프가 30일 오전 '8월 4일 대권 출마선언'을 예고한 지 3시간여 만에 윤 전 총장 캠프는 '입당 선언'을 발표했다. 최 전 원장의 출마 예고 뉴스는 결과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최 전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저는 입당한 지 보름밖에 안 됐는데 후배(윤 전 총장)가 생겼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윤 전 총장은 '최 전 원장을 언제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입당을 했으니 어떤 분이 만나자고 해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윤 전 총장은 다음 달 2일 국민의힘 초선모임 참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지기반 구축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