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뿌려 더위를 무찌르자... 전국은 '살수대첩' 중

입력
2021.07.31 12:00



연이은 폭염에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살수차와 소방차로 물을 뿌려 대지의 열기를 식히는 '살수' 작전이 치열하다.

낮 최고 기온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일주일 넘게 지속되던 지난 28일 오후 1시 30분경,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세종대로 위로 3대의 살수차가 등장했다. 시속 30여㎞ 속도로 이동하는 살수차가 세찬 물줄기를 도로 바닥에 분사하자 주변 온도는 급속히 낮아졌다. 표면 온도 40도 이상인 아스팔트 위에 이렇게 물을 뿌릴 경우 온도가 10도 정도 낮아지면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서울시는 8월 중순까지 총 277대의 살수차를 동원해 더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정오부터 오후 4시 사이 집중적으로 물을 뿌린다는 계획이다.



열차 선로의 경우 폭염이 지속되면 사고 위험이 높아져 살수 작업이 필수다. 일조량이 많거나 바람이 없는 지역의 선로는 표면 온도가 50도를 넘어서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선로가 늘어나 엿가락처럼 휘어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열차 탈선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태양의 열기에 고속으로 지나는 열차 바퀴로 인한 마찰열까지 더해지면 선로는 더욱 뜨거워진다.

지난 23일 코레일 조치원시설팀 시설관리원들은 불볕에 달궈져 아지랑이까지 피어오르는 철로를 따라 살수 작업을 펼쳤다. 열기를 막기 위해 얼굴 전면을 천으로 가리고 안전모에 보호경까지 착용한 팀원들은 살수 장비로 선로의 열기를 식히느라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코레일은 전국 145개 소에서 선로 표면 온도가 45도를 넘어설 경우 자동으로 물을 뿌리는 살수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물을 뿌리면 선로 온도는 43도 이하로 낮아지는데, 일시적인 효과인 만큼 주간 내내 안전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폭염은 도로나 철도 등 기반시설뿐 아니라 4차 대유행으로 지친 의료진과 시민들, 쪽방촌 주민들에게도 큰 위협이 된다. 천막으로 지은 임시선별진료소 내에선 전신방호복을 껴입은 의료진이 냉풍기와 얼음조끼, 아이스팩 등을 동원해 더위와 싸우고 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시민들도 양산과 '손풍기' 만으로 직사광선과 맞서고 있다. 대다수 임시선별진료소가 아스팔트 주차장에 설치된 탓에 한낮의 열기는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따라서 지역 소방서나 지자체 살수차가 출동해 주변 바닥에 물을 뿌려 이들이 잠시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게 돕고 있다.

비좁은 방에서 작은 선풍기 하나에 맨몸으로 더위에 맞서는 쪽방촌 주민들도 시원한 '물'이 그립긴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무더위 쉼터마저 이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소방차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소방호스를 이용해 골목마다 살수작업을 마치고 나면 쪽방촌 일대 온도가 내려가고, 주민들은 숨통이 트인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회현동 쪽방촌에선 물을 뿌리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아예 자신의 몸에 물을 뿌려달라고 부탁하는 주민도 눈에 띄었다.



올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2명으로 최근 3년간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30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이번 주말부터 장·차관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폭염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보완조치를 적극 강구해 달라"고 긴급히 주문했다.



홍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