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폄하하는 벽화에 대해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질 네거티브 공세의 배후가 여권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강경 대응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판이란 게 아무리 엉망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수준이 여기까지 왔느냐"며 "저 사람들 배후엔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민감한 정치 사건(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 등)을 맡다 보니, 사이버상에서 공격을 많이 당했다"며 "이런 건 가족 문제를 넘어 여성 인권과 관련돼 좌시해선 안된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김씨 사생활 의혹 등을 제기한 매체들을 고발하고, 벽화를 내릴 것을 요구하며 강경 대응 중이다.
문제의 벽화는 최근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2주 전쯤 내걸렸다. 가로 20m, 세로 2.2m 크기로, 그림 6점으로 구성된 연작이다.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 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고 적혀 있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란 문구도 있다.
벽화 전시를 주도한 중고서점 대표 측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 풍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준 낮은 정치 공세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야권은 일제히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저질 비방이자 정치 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벽화를 바탕으로 한 조롱 행위, 음해 행위는 성숙한 시민문화가 아니다"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의혹 제기를 빙자한 막가파식 인격 살인"이라며 "'과거 있는 여자는 영부인 하면 안 된다'는 몰상식한 주장을 민주당 이름으로 하고 싶은 것이냐"고 했다.
정의당은 '쥴리 벽화'를 '여성혐오'라고 규정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여성혐오적 흑색선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식의 비난은 남성에게라면 결코 행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성숙한 민주주의, 품격 있는 정치 문화 조성을 위해 해당 그림을 자진 철거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