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남부 지역이 폭우로 인한 하천 범람으로 생지옥이 됐다. 이 와중에 손도 못 쓰고 숨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은 작은 배에 태워져 화장터로 향하는 처지다. 일주일째 자연재해가 이어지지만 쿠데타 군부는 속수무책이다. 현재 고립된 이웃을 돕는 손길은 시민사회가 자체 조직한 구조대가 유일하다.
29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폭우로 미얀마 남부 몬ㆍ타닌타리주 주민 수천여 명이 고립되고 식량 부족으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홍수 피해는 지난 27일 중국에서 발원해 미얀마 남부를 흐르는 살윈강이 범람하면서 눈덩이처럼 커졌다. 일부 저지대 침수와 산간지역 산사태를 넘어, 대부분의 도심 지역까지 물에 잠긴 것이다.
무능력한 군부 산하 주정부는 고립 인원 통계는 고사하고 구조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참다 못한 시민들은 긴급 구조대를 조직, 이웃들을 구출하고 나섰다. 타닌타리주의 한 구조대원은 "군부는 재난 극복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지역 독지가 등 시민들이 낸 성금으로 쌀과 라면 등 구호식품을 확보해 고립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게 전부"라고 분노했다.
홍수는 겨우 생을 연명하던 코로나19 환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실제로 몬주 최대 도시 모울메인에선 최근 26명의 중증 환자들이 사망했다. 이들의 목숨줄을 이어주던 산소통이 떠내려 가고, 비로 인한 저체온증까지 겹친 탓이다. 황천길로 가는 여정도 험난하다. 대부분의 육로가 물에 잠기면서, 비닐에 싸인 이들의 시신은 쪽배에 실려 화장터로 겨우 옮겨지고 있다.
살아 남은 코로나19 환자들은 인근 고지대로 대피했다. 걷기가 어려운 중증 환자들의 경우, 자원봉사자들이 병상을 들고 물길을 해쳐 인근 수녀원 혹은 교회로 이송되고 있다. 조이 싱할 미얀마 국제적십자연맹(IFRC) 대표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터진 이번 미얀마 홍수는 수년내 최악의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군 수뇌부는 이날까지 홍수 피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군부 산하 기상청도 "내달 1일까지 남부 지역에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날 공표했을 뿐이다. 군정의 방관 속에 홍수 피해는 타 지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북서부 라카인주는 전날 폭우로 1,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남부 에야와디주도 침수 및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군부는 코로나19 방역 역시 손을 놓고 있다. 이들이 최근 내놓은 대책은 "양곤에 신규 화장터 10곳을 더 지어 3,000여 구의 시신을 더 화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전부다. 양곤에서만 코로나19 사망자가 연일 1,000명을 넘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의료 시스템 복원에 대한 고민은 없다. 미얀마 보건부는 전날 "4,980명이 코로나19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고 365명이 사망했다"는 통계치만 무미건조하게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