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8강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대표팀이 첫 판 뉴질랜드전 부진을 털고 두 경기 연속 대승을 거둬 B조 1위로 8강에 안착했다. 지난 경기까지 좀처럼 골을 터뜨리지 못한 황의조(29·보르도)가 해트트릭을 기록, 완전히 살아나면서 토너먼트에 대한 기대도 높였다.
김학범호가 28일 일본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3차전서 온두라스를 6-0으로 완파했다.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황의조가 3골을 몰아 넣는 등 공격수들이 고르게 활약하며 지난 2016 리우올림픽 8강전 패배를 제대로 설욕했다. 한국은 31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8강전을 치른다.
득점자들의 활약도 좋았지만, 이날의 숨은 영웅은 2차전에 이어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상대 수비를 휘저은 이동준(24·울산)이었다. 이동준은 전반 10분 페널티 킥을 얻어냈다. 그가 오른쪽 측면에서 페널티 박스 중앙으로 파고들 때 상대 수비수 웨슬리 데카스(22)가 발을 걸었다. 키커로 황의조가 나서 골대 왼쪽을 시원하게 갈랐다.
한국은 전반 17분 또 페널티 킥을 얻어냈다. 페널티 박스 내에서 정태욱(24·대구)의 공격을 상대 수비가 막아내려다 반칙을 범하면서다. 키커 원두재(24·울산)는 상대 골키퍼를 속이고 정면으로 강하게 차 넣었다. 1,2차전에서 부진했던 황의조와 원두재가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득점이었다. 중원을 장악한 한국을 상대로 고전한 온두라스는 전반 24분에야 루이스 팔마(21)의 첫 슈팅을 시작으로 한국 골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지만, 장신 수비수 박지수(27·김천)와 정태욱이 버틴 한국을 쉽게 뚫어내지 못했다.
이동준은 전반 39분에도 '한 건'을 해냈다. 역습 상황에서 빠르게 중앙 돌파를 하던 중 상대 수비 카를로스 멜렌데스(24)의 반칙을 유도했다. 이동준의 명백한 득점 기회를 방해한 멜렌데스가 곧바로 퇴장 당하면서, 한국은 루마니아전과 마찬가지로 수적 우세 속에 남은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황의조가 추가골까지 터뜨리며 3-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온두라스는 후반 들어서도 허둥대다가 또 페널티 킥을 허용했다. 상대 수비수 크리스토퍼 멜렌데즈(23)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김진야(23·서울)를 잡아 끌면서다. 키커로 나선 황의조가 또 한 번 왼쪽 골 문을 가르며 해트트릭을 기록, 점수차를 4-0까지 벌려놨고 후반 18분엔 김진야가 설영우(23·울산)의 패스를 받아 차분히 득점해 5점 차로 달아났다. 승부는 완전히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후반 초반 이동준과 황의조 등 선발선수들을 차례로 빼고 이강인과 김재우(23·대구)를 투입한 김학범 감독은 후반 27분에도 원두재와 권창훈(27·수원)을 빼고 김동현(24·강원) 이동경(24·울산)을 투입, 일찌감치 8강을 대비했다. 이강인은 37분엔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호쾌한 왼발 슛으로 자신의 두 경기 연속 골이자 팀의 6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는 6-0 한국의 완승으로 마무리 됐고, 2승 1패(승점 6), 골득실 9를 기록한 한국은 조 1위로 8강에 오르게 됐다. 같은 시간 열린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뉴질랜드와 루마니아는 나란히 1승1무1패를 기록, 승점 4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에서 앞선 뉴질랜드가 8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