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27일(현지시간) 13개월 만의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무부부터 백악관까지 ‘남북대화 지지’ 의사를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희망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남북관계 정상화도 이제 첫발을 뗀 상태라 북핵협상 재개까지 단시일 내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젤리나 포터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남북 통신선 연결을 두고 “미국은 남북 간 대화와 관여를 지지하며 남북 통신선 복원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분명 이것이 긍정적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외교와 대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도 유사한 반응이었다. 그는 이날 워싱턴 한 호텔에서 한미동맹재단 주관 조찬 모임에 참석한 뒤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와 소통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남북은 27일 오전 10시부터 남북 간 통신선을 복원했다. 북한이 지난해 6월 9일 모든 통신선을 단절한 지 413일 만의 일이었다. 이와 관련 남북은 4월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간 친서를 주고 받으면서 대화 복원을 모색해왔다. 남북이 물밑에서 접촉을 하더라도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속에 이뤄지는 만큼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한미 양국의 노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뒤 대북정책 검토 과정을 거쳐 4월 말 검토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조정되는 실용적인 접근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5월 2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의 대북정책은 적대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에 새 대북정책 검토 결과 전달을 위해 4차례 이상 접촉을 제의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아 진전이 없었다. 캠벨 조정관도 이날 조찬에서 미국 입장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 북미대화의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오스틴 국방장관이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 기대를 꽤 분명히 해왔다” “우리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하는 등 미국도 북핵협상 재개를 준비하는 건 사실이다.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조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북 인도적 지원 등으로 분위기를 만든 뒤 남북 고위급 화상대화를 거쳐 북미 접촉으로 이어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물론 남북대화가 시작된다 해도 미국은 조건 없는 북미대화 재개 원칙을 고수 중이어서 북한이 워싱턴에 대한 불신을 접고 협상장에 나서는 게 필수적이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최근 “만약 북한이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 한다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알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