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지순례가 끝나고 이제 이슬람력은 신년을 맞이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무슬림들은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아오는 이맘때면 선지자 무함마드의 이주(히즈라)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지자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하나님의 계시로 시작한 13년간의 이슬람 선교는 메카 주민들의 심한 박해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러한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획기적인 선택은 무함마드와 종교적 신념을 같이하고 이를 돕고자 하는 형제들이 있는 메디나로 이주하는 것이었다. 꾸란에는 무함마드와 그의 교우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아부 바크르(1대 칼리파)가 메카를 떠나 이주를 시작하여 사투를 벌이며 불신자들의 추적을 피해 힘들게 동굴에서 견뎌낸 상황들이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너희가 그(무함마드)를 도울 수 없어도 하나님께서 진정 그를 도우실 것이니라. 불신자들이 그를 (메카에서) 추방하여 그와 함께 둘이서 동굴에 피신해 있을 때, 그(아부 바크르)에게 이르니 슬퍼하지 말라 실로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실 것이니라.” (꾸란9:40)
메카에서 메디나는 일반적인 대상로를 통해서 이동할 경우 약 10일 정도 소요되지만 그들은 불신자들의 추적을 피해 이주해야 하기 때문에 험한 길을 돌아서 갈 수밖에 없었다. 선지자 무함마드의 이주는 아주 힘든 고난의 길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그들의 이주를 저지할 수 없었다.
이윽고 그들은 길고 힘든 여정 끝에 계시 14년 3월 8일(서기622년 9월 23일) 월요일, 메디나 외곽 남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꾸바(Quba)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슬람은 이때를 원년으로 히즈라력(Hijrah) 1년으로 삼고 있다. 히즈라는 하나님의 뜻에 몸을 바친 선지자 무함마드와 그의 추종자들에게 박해로부터 벗어난 희망의 빛이었으며 이슬람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서막이었다. 이것으로 무슬림들은 메카 불신자들에게 받은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박해와 고난으로부터 벗어나 메디나 주민들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이주를 마쳤다.
히즈라는 메카 불신자들에 대항하여 무함마드가 제시할 수 있었던 최선의 신앙적 대안이었다. 계시 초기 홍해 바다를 건너 아비시니아(에티오피아)로 이주한 무슬림들은 그곳 왕의 환대를 받으며 신앙을 지킬 수 있었지만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그리고 따이프(Taif)로 향한 선지자의 발걸음은 그 지역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선택한 메디나는 무함마드와 이슬람을 배신하지 않았다. 두 차례에 걸쳐 서약한 메디나 수장들과의 약속은 믿음으로 서로를 결속하였고 마침내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이슬람’이라는 믿음 하나로 달려온 이주민(Muhajirun)들을 따뜻이 맞이해준 메디나 원조자(Ansari)들은 무함마드와 동반자가 되었고 이슬람제국 건설에 주춧돌이 되었다.
무함마드는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이슬람이 가르치는 진정한 형제애를 실천한 것이었다. 메디나 원주민들이 가족도 재산도 모두 버리고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주민들을 사랑으로 받아들였고 신앙으로 감싸 안은 것이다. 이러한 강한 결속으로 이슬람은 메디나에서 급속도로 전파되는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머지않아 아라비아반도를 넘어 세계 속으로 뻗어 나가는 새로운 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슬람력 1443년 신년을 며칠 앞두고 하나님께서 항상 함께하시며 그분과 함께하는 한 어떤 두려움도 고통도 다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수많은 고통과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완수한 무함마드의 히즈라가 14세기가 지난 오늘날 인류문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시 한번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