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경찰을 향해 돌진했던 24세 남성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이자 유죄 판결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홍콩 고등법원이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첫 기소된 퉁잉킷(24)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배심원 없이 진행된 재판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명한 판사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그에게 테러와 분리 독립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퉁씨는 홍콩보안법 발효 다음날인 지난해 7월 1일 반대 시위 현장에서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구호가 적힌 깃발을 단 오토바이를 몰고 시위진압 경찰관 3명에게 돌진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홍콩보안법은 분리 독립(국가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29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서 퉁씨에게 종신형까지 내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15일간 진행된 재판의 주요쟁점은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가 홍콩보안법 위반이냐는 점이었다. 퉁씨 변호인은 해당 구호가 사람마다 다른 의미일 수 있다고 항변했다. 구호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분리독립을 선동했다고 볼 수 없으며 오토바이로 경찰관들을 치려 하지 않았기에 그의 행위가 고의적이었다고 판단할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깃발에 적힌 구호가 분리독립을 의미한다는 점을 퉁씨도 알았다”며 ”그의 행동은 주권 반환일이자, 분리독립을 범죄로 규정한 홍콩보안법 시행 다음 날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 그가 오토바이로 경찰관들을 친 것이 공공안전과 치안을 매우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홍콩보안법 시행 13개월만에 나온 첫 유죄 판결이자 향후 줄줄이 진행될 보안법 관련 재판의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현재까지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인사는 지난달 폐간한 반중매체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 등 60여 명이다. 이 중에는 퉁씨처럼 ‘광복 홍콩’이라는 구호와 관련돼 기소된 이들도 많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야미니 미스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장은 이날 판결에 대해 “홍콩에서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 종신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영국으로 망명한 홍콩 민주활동가 네이선 로는 트위터에 “홍콩의 사법체계는 억압을 위해 무기화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