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본경선 레이스를 달구고 있다.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질문에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응수하고 호남 집권 불가론으로 해석된 '백제 발언' 등 설화가 이어지면서다. 이 지사를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올렸던 '사이다 화법'이 발목을 잡는 역설적 상황에 빠진 셈이다.
이 지사는 예비경선 초반에는 상대 후보의 공세에 대응을 자제했다. 여당 1위 후보로서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전략이었다. 2017년 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추격 주자로서 1위 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친문재인계와 감정의 골이 깊어진 트라우마를 의식해서다. 그러나 장기인 '사이다 발언'을 자제한 것은 결과적으로 전략상 실패였다는 게 캠프의 진단이었다. 이 지사 캠프는 본경선에 돌입과 동시에 "부자 몸조심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짓고 사이다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선주자의 입이 너무 거칠다"며 도마에 올랐다. 이 지사가 15일 TBS 라디오에서 "정말로 필요한 민생에 관한 것(법안)은 과감하게 날치기해 줘야 된다"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야권에서는 아예 "조폭 정치"라며 공세를 폈다.
여권 대선주자 중 1위인 이 지사가 당내 경쟁주자는 물론 야당의 공세를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맞대응하기 위한 이 지사의 발언이 매번 구설에 오르는 것은 '불안한 대선주자'라는 이미지를 굳힐 수 있다는 점에서 캠프 내 우려가 크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아도, 거침없이 쏟아내도 비판받는 딜레마에 갇힌 셈이다.
이 지사 캠프는 이전의 수세적인 모습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다움'을 포기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캠프에 따르면, 이 지사가 '사이다 본능'을 회복하면서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의 추격세도 주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지사 캠프에 참여한 한 의원은 "이 지사 특유의 거침없이 말하는 모습에 국민들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며 "논란성 발언이 나오더라도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이 지사는 본인답게 할 말을 하되, 그로 인한 공격에 대해선 캠프에서 일사불란하게 반격할 방침"이라고 했다.
다만 '백제 발언'에 대한 이 전 대표의 공세는 발언의 진의를 왜곡한 부당한 공격이라고 보고 있다. 이 지사는 이와 관련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번 일은 억울해서 도저히 그냥 넘어가지 못하겠다"며 격분했다고 한다. 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그런 뜻(호남 비하)은 아니었다고 보는데, (이 지사가) 트집을 잡힐 오해를 살 만한 말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대선주자의 말이 많으면 그만큼 상대에게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