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보고이자 철새 서식지인 전남 신안과 보성·순천, 전북 고창, 충남 서천 4곳이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전북 고창과 전남 순천은 국내 처음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유한 지역이 되었다.
27일 문화재청과 전남도, 전북도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26일 중국 푸저우에서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를 열고 ‘한국의 갯벌’에 대해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국내 유산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이후 14년 만이다.
이번 세계유산에 등재된 보성·순천갯벌은 금강에서 시작한 갯벌 퇴적물의 여행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는 장소로, 넓게 발달한 염습지와 뛰어난 염생식물 군락지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취약종인 흑두루미의 최대 월동지로, 노랑부리저어새 등 25종의 국제 희귀조류와 220여 종의 조류가 생존하며 생물학적 가치가 큰 갯벌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이 순천은 2018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개 사찰 중 하나인 선암사가 존재한다.
신안갯벌은 전체 유산구역의 85%로 가장 넓은 면적(1,100.86㎢)이다. 이곳은 섬과 섬들 사이를 지나는 크고 작은 조수로, 섬을 둘러싸고 갯벌이 발달되고 있으며 최대 40m 깊이의 펄갯벌로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90여 종 5만4,000개체 물새들이 방문한 곳이다.
또 전북 ‘고창갯벌’은 계절에 따라 혼합갯벌 등의 퇴적양상이 가장 역동적으로 변하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곳으로 폭풍모래 퇴적체인 쉐니어(Chenier, 해안을 따라 모래 혹은 조개껍질 등이 쌓여 만들어진 언덕)가 형성된 지형·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고창은 2000년 문화유산이 된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이 있고,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며 인류무형문화유산인 농악과 판소리로도 이름난 고장이다.
이날 김영록 전남지사는 성명을 통해 "'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로 대한민국 생태 수도로 자리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전남갯벌은 300여 종 100만 마리가 넘는 철새를 비롯해 2,150여 종의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태의 보고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번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은 전남 신안과 보성·순천과 전북 고창, 충남 서천 4곳 갯벌을 묶은 유산"이라며 "등재된 갯벌 가운데 87%가 전남의 갯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갯벌의 생태·자원을 잘 보존해 미래가치를 높이겠다"며 "갯벌을 비롯한 해양관광 자원을 하나로 묶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들고,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 삶의 질 향상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세계유산 등재 기념으로 문화재청, 외교부, 해양수산부, 순천시·보성군·신안군과 협의해 등재선포식, 강연회, 전시회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갯벌은 2007년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자연유산이 됐다. 서남해안의 대표적 갯벌은 모래 갯벌 육지부에 사구가 발달했고, 방풍림이 분포했으며 배후에 염전과 논이 있다. 자연 송림으로 경관도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
와덴해(독일, 네델란드), 미국, 중국 갯벌과 다른 생태환경도 한 특징으로 등재 정당성을 갖췄다. 전체 신청 유산구역은 12만9,346㏊이고, 모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