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 실망한 이탈표는 방황 중... '보수 파이' 작아졌다

입력
2021.07.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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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보수와 진보 진영 양쪽에서 지지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확장을 명분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으면서도 '우클릭'을 하는 애매한 행보로 이른바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친 것이다. 윤 전 총장에서 이탈한 표심은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온전히 옮겨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총장의 방황이 길어지면서 보수의 '파이'가 작아진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이달 23, 24일 실시한 여야 대선주자 적합도(지지율)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26.9%였다. 대권 도전을 선언하기 전인 6월 18, 19일 조사보다 11.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합동으로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지난달 21~23일 20%에서 이달 19~21일 19%로 정체 중이다.

'반문재인' 유권자의 윤석열 지지율 63.5→47.6%

'집토끼'부터 잡겠다는 윤 전 총장의 전략은 빗나갔다. KSOI 조사에서 보수성향 응답자의 윤 전 총장 지지율은 57.8%(6월 18, 19일)에서 44.3%(이달 23, 24일)로 뚝 떨어졌다. 국민의힘 지지자 사이에선 같은 기간 71.0%에서 57.2%로 내려앉았고, 60세 이상 응답자 사이에서도 57.1%에서 39.4%로 하락했다.

NBS 조사에에서도 60대와 70세 이상 응답자의 윤 전 총장 지지율은 한 달 만에 각각 7%포인트, 6%포인트씩 떨어졌다. 윤 전 총장이 확실한 차기 지도자감인지에 대해 보수 유권자들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에 분노한 표심도 윤 전 총장을 떠나고 있다. KSOI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 사이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63.5%(6월 18, 19일)에서 한 달 만에 47.5%(이달 23, 24일)로 급락했다. NBS 조사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 평가층의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지난달 21~23일 39%에서 이달 19~21일 34%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윤 전 총장이 '산토끼'를 잡은 것도 아니다. KSOI 조사를 기준으로 호남지역에서 그의 지지율은 최근 5주 사이 27.6%에서 15.4%로 빠졌다. 중도층 지지율 역시 36.6%에서 29.4%로 하락했다. 검찰총장 사퇴 직후인 3월 13, 14일 실시한 조사(45.7%)와 비교하면, 중도층의 이탈이 더욱 뚜렷하다. 리얼미터·JTBC 조사에서도 중도와 진보층의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최근 한 달 만에 각각 10%포인트 이상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윤석열 떠난 표심, 보수진영도 떠났다

윤 전 총장의 위기는 보수진영의 위기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이탈 표심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서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최근 지지율을 6~8%대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을 뿐,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은 대부분 조사에서 2~4%대에 그쳤다. 범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계는 KSOI 조사 기준 6월 3주 50.1%에서 7월 4주 44.5%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어느 정도 지지율을 반등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입당으로 지지율이 획기적으로 오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유권자들이 제3지대 대선주자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 국민의힘 조직의 체계적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보다는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KSOI와 리얼미터, NBS,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