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아들만 노렸다” 제주 중학생 살해 백광석 검찰 송치

입력
2021.07.27 14:30
공범 김시남 채무관계 때문에 범행 가담

제주에서 전 동거녀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주범 백광석(48)은 처음부터 전 동거녀가 아닌 숨진 아들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공범 김시남(46)은 백씨에게 빌린 수백만 원의 빚 때문에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동부경찰서는 27일 전 동거녀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된 백씨와 김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백씨는 제주동부경찰서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이 얼굴 사진과 나이 등 신상공개가 결정됐기 때문에 얼굴 공개를 요청했지만, 그는 거부한 채 “죄송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씨도 취재진의 얼굴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백씨 등은 지난 18일 오후 3시 16분쯤 제주시 조천읍 백씨의 전 동거녀 단독주택 담을 넘어 집 안으로 침입해 A(16)군을 살해한 혐의다. 경찰은 이들이 집 안에 있던 청테이프와 허리띠 등을 이용해 A군을 결박한 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백씨에게 수백만 원의 돈을 빌렸다고 진술함에 따라 채무 관계로 인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이들의 휴대폰을 포렌식한 결과 백씨가 김씨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하는 내용 등 공모 정황을 다수 포착했고, 백씨로부터 김씨가 살인에 가담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그러나 김씨는 살해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다며 일부 혐의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범행 전 두 사람이 함께 철물점에서 청테이프 등을 구매하고, 범행 직전인 지난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A군이 살던 주택을 찾아가 시정 여부를 확인하는 등 계획범행을 입증할 증거도 다수 확보했다.

백씨가 범행 후 주택 곳곳에 식용유를 뿌린 후 2시간 30분가량 머물렀던 이유에 대해, 경찰은 범행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생각했다가 마음이 바뀌어 도주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는 이미 알려진 대로 전 동거녀가 헤어지자는 말에 앙심을 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범행 대상이 처음부터 숨진 아들이었고, 전 동거녀에 대해선 살해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