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오진혁, 어깨 치명적 부상에도 통증 참으며 단체전 금메달

입력
2021.07.26 17:53
어깨 회전근 4개 중 3개 끊어진 상태
31일 개인전서 마지막 불꽃 쏜다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한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40·현대제철)은 양궁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부상을 안고 있다.

오른쪽 어깨의 회전근 4개 중 3개가 끊어져 1개만 남아 있다. 이마저도 80% 가량 파열됐다. 더 심해지면 선수 생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지장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어깨 통증은 런던올림픽을 1년 앞둔 2011년 여름부터 시작됐다. 고통을 참고 나선 런던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국내 복귀 후 병원 진단을 통해 은퇴 권유까지 받았다.

오진혁은 이미 세계 신기록을 3번 경신하고,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 세계선수권 우승 4회, 아시안게임 우승 2회 등을 이룰 수 있는 영광은 대부분 경험했다. 특히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우승은 한국 남자 양궁사 최초의 이정표였다.

하지만 오진혁은 멈출 수 없었다. 단체전 금메달을 꼭 따겠다는 목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오진혁은 런던올림픽에서 개인전은 금메달을 땄지만 단체전에선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4년 후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이번 도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도 오진혁은 “단체전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땄을 때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며 단체전 우승에 대한 염원을 드러냈다.

결국 그는 은퇴 대신 지나치게 힘을 쓰지 않고, 통증을 이겨내며 쏘는 법을 터득했다. 가슴 대흉근을 사용해 쏘는 식으로 기술에 변화를 줬고, 통증을 줄이는 치료를 병행했다.

마침내 오진혁은 26일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17·경북일고)과 함께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에서 자신의 두번째 올림픽 금메달이자 첫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리나이로 마흔하나인 오진혁은 1972 뮌헨올림픽에서 양궁이 정식종목으로 복귀한 이후 남자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도쿄올림픽은 사실상 오진혁에게 마지막 무대다. 줄곧 “올림픽 메달을 떠나서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에 한 번 더 꼭 서고 싶다”고 말했던 오진혁은 두 번째 금메달이라는 큰 선물까지 받았다.

오진혁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랭킹라운드를 3위로 통과한 오진혁은 31일 열리는 개인전에서 한 번 더 마지막 불꽃을 쏜다.

김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