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축구협회가 자국 선수의 자책골을 조롱하는 듯한 자막을 사용한 MBC를 향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한국 누리꾼의 사과에 '쿨하게' 반응했다.
협회 측은 26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 공영방송 MBC가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자막으로 마리우스 마린 선수의 부끄러운 순간을 조롱(mocked)했다"며 유감을 표현했다.
특히 협회 측은 문제의 자막 사진도 함께 올렸다. 국내에서도 MBC의 자막을 비판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했다.
앞서 MBC는 25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한국과 루마니아의 경기에서 루마니아의 자책골을 조롱하는 문구를 넣은 화면을 송출해 논란이 됐다. 마린 선수의 자책골로 한국이 1대 0으로 이기는 상황으로 전반전을 마치자,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문구를 송출 화면에 넣었다.
그러자 국내에서도 MBC의 연이은 중계 논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MBC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생중계를 하면서 '선 넘은' 중계로 도마에 올랐다.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는 화면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 사진을, 마샬제도에는 '미국의 핵 실험장'이라는 문구를 넣는 등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비판받았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셈이다.
한국 누리꾼은 루마니아 축구협회 SNS 계정에 대신 사과했다. 이들은 "미안하다" "정말 부끄럽다" 등의 글을 남겼다.
그런데 협회 측은 "괜찮다"며 오히려 우리 누리꾼을 다독였다. 협회 측은 "문제없다"고 루마니아 축구 대표팀을 탓하면서 "한국(축구 대표팀)은 매우 강하고 승리할 만하다"고 했다.
박성제 MBC 사장은 이날 올림픽 개막식 중계 및 축구 중계 자막에 대한 논란이 심상치 않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진화에 나섰다. 박 사장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고 인정하며 머리를 숙였다.
박 사장은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한층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제작 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물의를 빚은 개막식 중계로 논란이 됐음에도 불구하며, 어처구니 없는 축구 중계 자막을 내보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