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가 정치인들과 법조계 및 언론계 인사들에게 고급 수산물을 주기적으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이 수산물 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산물을 받은 인사들 대부분이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라, 수산물 가격을 얼마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입건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징어잡이 어선을 갖고 있다며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씨는 대게와 독도새우, 전복과 과메기 등을 명절 때마다 또는 상대가 부탁할 때마다 제공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은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 기준을 초과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면하지만, 과태료 처분은 받을 수도 있다.
수산물은 계절에 따라 또는 크기와 신선도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고, 도매가와 소매가 차이도 큰 품목이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가격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김씨가 제공한 수산물 가격을 당시 해당 수산물의 '시가'로 산정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가 일부 인사들에게 제공한 수산물 가격은 1회에 100만 원을 넘기도 했다. 수산물 하나의 가격이 100만 원을 초과하거나, 10만 원대 상품을 한번에 여러 개 받아 총액이 100만 원을 넘기는 식이었다. 이럴 경우 연간 300만 원 기준을 따질 필요도 없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수사에서 금품가액은 형사처벌과 과태료 처분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수사팀도 '가짜 수산업자' 김씨가 수산물을 조달한 경위를 추적해 정밀하게 가격을 산정하고 있다. 수사팀은 김씨가 도매가 또는 할인가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수산물을 구입했다고 해도, 해당 시기의 수산물 소매가를 기준 가격으로 삼고 있다.
경찰은 가액 산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청탁금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 유권해석을 받아가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선물 가액은 받거나 제공한 때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통상 실제 구매금액으로 판단하지만, 영수증이 없을 경우 시가로 본다.
다만 구매금액과 시가의 차이가 크면 판단은 달라진다. 금액을 축소해 영수증을 발행해 실제 가격을 속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구매금액과 시가 간 현저한 차이가 날 경우 수사기관이 특혜 여부를 고려해 가액을 산정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