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는 한국 양궁…참가 7개국 사령탑이 한국 출신

입력
2021.07.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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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 양궁은 여전했다. 첫날 랭킹라운드에서 여자 대표팀 안산(20·광주여대) 장민희(22·인천대) 강채영(25·현대모비스)이 나란히 올림픽 최고 기록을 넘어선 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혼성전에 이어 여자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휩쓸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최고인 것은 선수들의 실력뿐만이 아니었다. 해외 양궁 지도자들도 풍부하다. 한국의 우수한 양궁을 해외에 전파하며 양궁 한류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선 외국 팀을 이끄는 한국 출신 사령탑을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었다.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이번 도쿄올림픽 양궁 경기에 참가한 국가 가운데 7개국의 사령탑이 한국 출신이다.

1996년부터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이재형 감독은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이끈다. 김선빈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이번 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에 출전 티켓을 따냈다.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박영숙 감독은 말라위를 리우올림픽에 진출시킨 데 이어 이번에는 부탄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양궁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오교문 감독이 이끄는 호주 대표팀은 남자 단체전, 남녀 개인전에 출전했다. 이밖에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냈던 이왕우 감독은 중국을, 김상훈 감독과 윤혜선 코치는 일본을 이끌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양궁 전 종목에 출전했다. 일본은 이날 한국 남자 대표팀과 일전을 치르기도 했다.

이기식 감독이 이끄는 미국도 전 종목에 출전했다. 이 감독은 2012 런던올림픽 단체전 4강에서는 한국을 꺾고 은메달을 획득했고,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양궁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한국에서도 코치, 감독을 해봤지만 한국에 있을 때는 모른다. 밖에 나와서 보면 한국은 수준 자체가 다르다. 모든 팀이 결승 이전까지는 한국을 만나기 싫어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날 2관왕이 된 안산에 대해선 “2년 전 일본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 때도 이미 우승할 정도의 기량이었다. 침착하고 신체도 좋고 기술도 좋다”고 칭찬했다.

한국 양궁이 남다른 이유로는 풍부한 인프라와 선수들의 노력을 꼽았다. 초중고등학교 지도자 인프라도 탄탄한 데다 현대차그룹이 지원하는 양궁 예산은 스포츠 강국인 미국보다도 13배 정도 많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금메달은 한국이 다 딸 거 같다. 다른 나라들은 어떤 메달이라도 하나만 따면 성공이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모든 스포츠는 스타가 필요하다. 양궁에서는 한국이 스타다. 한국이 잘할수록 양궁의 인기는 높아진다”며 “지도자들이 협의해 한국 양궁을 더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