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을 위해 10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1호 공약도 내놨다.
원 지사는 2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대선 출정식을 열고 “차원이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을 감안, 당분간 지사직을 유지한 채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 일성은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이었다. 원 지사는 ‘100조 원 규모의 담대한 회복 프로젝트’로 명명된 첫 공약을 통해 “취임 1년 차에 50조 원을 코로나19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게 전액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5년 동안 매년 10조 원씩 이들의 생존 기반을 다시 만드는 데 예산을 투입한다. 재원은 취임 직후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해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절반은 임시 특별목적세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추가 세수가 발생하면 빠르게 국채를 상환해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출마 사유로 ‘정권심판론’도 빼놓지 않았다. 원 지사는 “이 정권을 심판하라는 국민의 분노가 크다”며 “법치파괴, 소득주도성장, 임대차3법, 탈원전, 주52시간제 경제와 일자리, 집값, 에너지, 대한민국을 망친 모든 실패한 정책을 되돌려 놓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박근혜ㆍ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사람이 하는 청산은 보복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유승민 전 의원 등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처벌에 관련됐거나, 현 정부에 몸담았던 주자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원 지사는 자신을 정권교체의 적임자로 자처하기도 했다. 그는 “야권 최종후보는 원희룡과 윤 전 총장 중에 나온다”면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누가 문 정부보다 잘할 수 있느냐로 질문이 옮겨가고, 정치와 행정 등 모든 면에서 준비돼 있는 원희룡의 진짜 가치를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주자들에 대해선 “보수 정통성은 유 전 의원, 중도 확장성 면에선 홍준표 의원에게 우위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최근 행보에는 우려를 표했다. 원 지사는 “윤 전 총장을 공격하거나 나아가 조롱까지 하는 것은 너무나 아마추어적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 안이든 밖에 있든 윤 전 총장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데서 대선 승리 공식이 출발한다”며 “윤 전 총장을 공격하면 그 지지율이 당과 개별 주자에게 돌아올 것으로 보는 건 짧은 생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