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된 도쿄올림픽 개회식 원안 다시 관심... '아키라' '마리오' 등장

입력
2021.07.25 16:33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개회식이 픽토그램 등 일부 공연이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아테네·런던올림픽 등 이전 하계 올림픽의 화려한 개회식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초 완성됐다 폐기된 개막식 원안에 대해 돌연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이 원안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예견한 것으로 유명한 명작 애니메이션 ‘아키라(AKIRA)’를 비롯해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 슈퍼마리오가 등장하는 화려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25일 일본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선 지난 3월 말 슈칸분슌(週刊文春)이 단독 입수해 보도한 도쿄올림픽 개회식 원안을 공유하며 “이런 것을 보고 싶었다”는 의견이 확산됐다. 원안을 제안한 연출자 ‘미키코(MIKIKO)’는 안무가 출신의 공연 연출가로, 5년 전 리우올림픽의 폐막식 당시 마리오 복장을 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도쿄올림픽 소개 공연 연출도 담당했었다.

분슌이 공개한 도쿄올림픽 개회식 원안에도 마리오가 등장해 다양한 경기 종목을 소개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특히 1980년대 작품인데도 2020년 도쿄올림픽을 예견한 것으로 유명한 명작 애니메이션 ‘아키라(AKIRA)’의 주인공이 붉은 오토바이를 타고 내달리는 장면으로 개회식을 시작하는 등 화려한 볼거리가 많았다. 미키코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칭찬을 받았지만, 지난해 다카다 요시로 덴츠 대표이사로부터 책임자를 덴츠 출신의 광고 전문가 사사키 히로시로 교체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분슌은 갑작스런 교체의 원인으로, 일본 정치인들이 다카다를 통해 개회식에 특정 연예인을 출연시키라든가 특정 지역 홍보 내용을 넣으라는 등의 부당한 압력을 계속했다는 제보와 연관성을 의심했다. 하지만 교체된 사사키 역시 개회식에 출연 예정이던 여성 연예인의 외모를 조롱하는 내용의 개회식 연출을 제안한 사실이 올해 3월 슈칸분슌의 폭로로 밝혀지며 사임했다. 게다가 개회식을 며칠 앞두고 개회식 음악 담당자와 공연 디렉터가 각각 과거의 학교 폭력 자랑과 ‘홀로코스트’ 희화화 개그로 사임하는 등 개회식 공연엔 악재가 잇따랐다.

일본 네티즌들은 미키코의 원안에 따른 공연을 보고 싶다며 아쉬워하면서, 23일 개회식에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인 마리오가 등장하지 않은 점이나 개회식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20곡가량의 게임 음악 중 마리오 제작사인 닌텐도의 음악이 한 곡도 없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개회식에서 ‘마키코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리오와 닌텐도를 배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반면 이번 개회식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게임 ‘드래곤 퀘스트’의 음악 작곡가인 스기야마 고이치는 과거 아베 전 총리를 적극 지지하고,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비난하는 의견 광고까지 낸 적 있는 데다 성소수자 차별을 옹호한 인물이라 ‘다양성과 조화’를 내세운 도쿄올림픽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2015년 “생산성이 없는 동성애자에게 세금으로 도움을 줄 명분이 어디 있냐”며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한 스기타 미오 의원에게 “정론이다” “말하기 어려운 걸 대신 말해줬다”며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