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영문 사과문'까지 냈지만...국제적 망신 자처해

입력
2021.07.25 11:00
MBC 홈페이지에 한글·영문 사과문 올려
영국·러시아·일본·호주 등 언론 맹비난
해외 기자 "스웨덴에 '복지 선지국' 오자"

MBC가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생중계하면서 각 나라에 대한 부적절한 소개로 국제적 망신을 자처한 가운데 영국, 러시아, 호주, 미국, 캐나다, 일본 등 해외 언론들이 비난하고 나섰다. MBC는 홈페이지에 영문 사과문까지 게재했지만 이번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MBC는 24일 홈페이지에 한글과 영문 사과문을 올렸다. MBC는 사과문에서 "23일 밤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방송하면서 국가 소개 영상과 자막에 일부 부적절한 사진과 표현을 사용했다"고 인정하며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MBC는 이어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MBC는 올림픽 중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과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MBC의 선 넘은 중계는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이탈리아의 피자 등 한국 TV가 올림픽 이미지에 대해 사과했다"면서도 "각국에 대한 사진 등은 대부분 엉뚱하고 이상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올림픽 개최지인 일본의 닛칸스포츠, 재팬타임스 등은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는데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사용하는 등 MBC를 향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면서 "각 국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중계였다"고 꼬집었다.


러시아의 한 언론도 "한국의 방송사가 우크라이나를 대표하기 위해 체르노빌 이미지를 사용했다"며 "이탈리아 대표팀은 피자, 노르웨이는 연어 등의 사진이 나왔다"고 MBC가 비난받은 사례를 상세히 전했다.

해외 유력 통신사들도 MBC의 부적절한 중계와 사과를 보도했다. 로이터와 AFP 등은 "MBC가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부적절한 사진과 설명을 사용해 사과했다"면서도 "이탈리아는 피자,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 노르웨이는 연어로 표현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한국에 주재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라파엘 라시드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같은 MBC의 부적절한 중계를 지적하자, 해외 언론들의 관심을 끌었다. 많은 언론들이 라시드의 SNS 글을 소개하며 MBC의 중계 방식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라시드는 "한국 방송사는 각국을 대표하기 위한 사진을 사용했다"며 이탈리아는 피자, 노르웨이는 연어, 아이티는 시위,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로 표현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라시드는 "아이티 선수들이 입장할 때 화면에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이 뿌옇게 흐려졌다'는 설명이 나오고, 시리아 선수들 입장 땐 '지하 자원이 풍부하고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내전'이라고 말했다"며 MBC의 부적절한 중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MBC의 '오자'까지 친절하게 알렸다. 그는 "스웨덴을 '복지 선진국'이라고 했는데 자막은 '선지국'으로 오타를 냈다"면서 "선지국은 한국의 '소 피인 선지로 만든 국(cow blood soup)'"이라고 소개도 했다.

또 그는 "MBC는 각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비율을 제시해 네티즌을 황당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