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3회 연속 메달' 김정환 "구본길이 소리쳐 정신 났다"

입력
2021.07.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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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3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한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맏형 김정환(38)은 “아내, 그리고 장인어른께 내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 결혼한 그는 자신이 은퇴했던 2019년에 소개팅으로 만나 지난해 결혼한 아내가 ‘한 때 펜싱 좀 했던 남자’ 정도로 봤던 게 몹시 자극 된 모양이다. 불혹을 앞둔 나이에 ‘누구도 맛보지 못한’ 한국 올림픽 펜싱 3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의 기쁨을 맛본 그는 “은퇴는 아내와 상의해보겠다”며 웃었다.

김정환은 24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 동메달 결정전에서 조지아의 산드로 바자제를 15-11로 꺾고 당당히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우승, 2016년 리우올림픽 개인전 동메달을 따낸 김정환은 이번 동메달로 개인전에서 2회 연속, 단체전까지 포함하면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날 남자 사브르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4강에 진입한 김정환은 준결승에서 루이지 사멜레(이탈리아)에 12-15로 역전패 했다. 그러나 그는 바자제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집념의 승리를 거뒀다. 김정환은 이 경기에서 상대 선수에게 뒤지다 12-11 역전을 만들었다. 이 때 상대 검에 뒤통수를 맞은 그는 통증을 호소한 그는 경기를 지켜보던 구본길로부터 “공격적으로 들어가라”는 조언을 듣곤 적극적으로 남은 경기를 치러 결국 승리했다.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환은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눈을 밟아보고 싶었다"며 은퇴 후 다시 검을 든 이유를 밝혔다. 3개 대회 연속 메달의 꿈이 그만큼 간절했단 얘기다. 그는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구본길에게 ‘형이 머리가 하얘지면 너를 찾겠다’고 했는데, 머리를 얻어맞은 뒤 구본길을 찾았다”며 “뒤통수를 맞고 화도 나고, (구)본길이도 소리쳐 주니 정신이 들어 마무리가 잘 됐다”고 했다. 그는 “내게 올림픽은 행운의 무대”라면서 “개인전 메달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메달을 땄다”고 했다.

지난해 결혼한 그는 “(잠시 은퇴했던) 2019년에 처음 만난 아내는 집에서 잠옷 입고 TV보는 내 모습이 익숙했을 것”이라면서 “장인어른도 선수촌에 들어와 있는 내게 ‘무리 말고 몸 챙기라’고 해주셔 자극도 됐다”고 말했다. 28일 단체전에서 자신의 4번째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김정환은 “단체전이 진짜 목표였다”며 “한국 남자 사브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고, '어벤저스' 군단임을 입증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지바=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