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을 열불나게 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먹통 사태는 예견된 인재(人災)이고 관재(官災)였다. 53·54세 사전예약이 시작된 19일 동시 접속은 1,000만 건에 달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53·54세 인구는 170만 명이지만 대리예약도 가능해 온 가족이 동원돼 ‘광클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카톡·네이버 잔여 백신 예약에서 매번 좌절하고 예약이 돌연 중단되는 일도 본 터라 조바심도 컸다. 그러나 질병관리청 시스템 용량은 고작 30만 건이었다. 정부는 도대체 뭘하고 있었나.
□ 20일 상황은 최악이었다. 이날 예약 대상 50~52세 인구는 280만 명으로 더 많았다. 오후 8시 이전부터 클릭 전쟁이 시작되며 접속은 원활하지 못했다. 운이 좋아 접속돼도 이미 앞엔 수십만 명이 대기 중이었다. 그래도 대기자 수가 줄어드는 것에 감사해하면서 노안에도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지만 몇 시간의 기다림도 허무하게 막판 화면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땐 이성을 잃고 말았다. 밤 12시가 넘어서도 예약을 하느라 몸은 녹초가 됐다.
□ 사실 50~52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와 선착순 강박증이 몸에 뱄다. 우선 출생아 수가 모두 각각 100만 명을 넘는다. 모든 게 부족했던 시절 남들보다 늦으면 운명이 달라지곤 했다. ‘국민학교’ 시절엔 교실이 모자라 오전·오후반으로 나뉘었다. 버스나 지하철도 한 번 놓치면 지각하기 일쑤여서 항상 뛰어다니면서 콩나물 시루를 견뎠다. 특히 71년생 돼지띠는 대입 학력고사 경쟁률도 사상 최고였다. 데모할 땐 백골단에 잡히지 않기 위해 또 뛰었다. 취업할 땐 외환위기, 결혼 직후엔 금융위기를 맞았다. 최근엔 집 사는 걸 서두른 이들과 늦춘 이들의 계급이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까지도 경험하고 있다.
□ 이번 사태는 정부가 미리 서버 용량을 늘렸거나 대상을 출생년도별로 좀 더 세밀하게 나눴다면 막을 수 있었다. 다음 날 한산한 시간대 접속을 안내하는 작은 친절도 없었다. 그래도 40대 이하보다는 낫다고 위안을 삼아야 할까. 8월엔 18~49세 2,200만 명이 예약한다. 전 국민이 똑같은 고생을 반복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