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여파로 연체자가 됐더라도 이후 성실하게 빚을 갚는 사람을 위한 '신용회복 지원 방안'을 지시하자, 정부가 이들의 연체정보를 조기에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비금융 거래인 통신요금, 국민연금 등을 꾸준히 납부하면 신용도가 올라가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가 다시 잘 갚는 차주에 대한 신용회복 대책을 마련 중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일 성실 상환자의 신용회복 지원 방안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위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서 실시하는 성실 상환 인센티브 제도, 신용점수 체계 개편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실 상환 인센티브로는 △신용정보 조기 삭제 △신용·체크카드 발급 지원 등이 있다.
우선 신용정보 조기 삭제 요건인 성실 상환 기간이 2년 이상에서 단축될 전망이다. 현재 대출 상환금을 90일 이상 내지 못한 차주 정보는 연체정보 공공 기록에 올라 모든 금융권이 공유할 뿐 아니라 신용점수도 급락한다.
하지만 2년 이상 성실하게 빚을 갚아 신복위에서 '신용회복 지원자'로 인정받으면 신용정보 조기 삭제를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상환 기간 2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성실 상환 기간이 2년 이상에서 줄어들면 해당 차주는 연체정보를 빨리 삭제해 다른 사람과 동일한 조건에서 신용도를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신규 대출, 신용카드 발급, 금리 우대 등을 이용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다만 단축 수준은 금융권과 협의가 필요하다. 성실 상환 기간이 너무 짧아지면 연체정보가 삭제된 틈을 타 다른 대출을 받고 다시 연체를 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금융 정보 중심으로 매기는 신용점수 산정에 비금융 정보를 더 반영할 것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저신용자도 통신비,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밀리지 않고 납부하면 신용점수 가점을 받는데 가점 폭을 높이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연체자 신분이어도 이전보다 신용점수를 더 빨릴 올릴 수 있다.
신용점수가 낮아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성실 상환자에 대한 신용·체크카드 지원 확대도 대책으로 거론된다. 현재 신용회복 지원자는 빚을 6개월 이상, 1년 이상 상환하면 각각 후불교통카드, 월 30만 원 한도의 소액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역시 성실 상환 기간을 줄이거나 월 한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 압박으로 '신용회복 지원' 요건이 급격히 완화되면, '도덕적 해이' 등으로 금융시장 질서가 혼란해 질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부실의 피해는 금융권이 다 책임져야 하는데, 정부 주도로 연체자 신용회복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대출금 연체 사유가 코로나19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부터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복위에 채무 조정을 신청한 90일 이상 연체자는 2019년 9만3,291명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9만9,486명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엔 4만9,446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