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충청 대망론, 워커홀릭'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거론할 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캐릭터나 인생 스토리를 부각하기 위해 충분히 활용할 만한 소재다. 그럼에도 김 전 부총리는 "그렇게 불리길 원하지 않는다"며 단호히 말했다.
그의 '흙수저 신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11세에 아버지를 잃고 소년가장이 돼 가족을 부양했다. 상고를 다니면서 졸업 전 은행에 취업했고, 야간대학을 다니는 고학 끝에 25세에 행정고시와 입법고시를 동시 합격했다. '마을 이장' 출신으로 경남지사와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에 오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흙수저끼리 힘을 모아야 한다"며 김 전 부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는 2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흙수저는 훈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어려운 시절을 겪은 것이 길게 봐서는 '위장된 축복'처럼 제 인생에 큰 자산이 됐다"면서도 "그러나 정치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다음 청년 세대에서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정한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충청 대망론을 앞세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부친이 충남 공주·논산에서 살았을 뿐, 정작 본인은 서울에서 자랐다. 반면 김 전 부총리의 고향은 충북 음성이고 외가는 충북 진천, 처가는 충남 공주다. 그럼에도 그는 "제 고향은 대한민국"이라며 "정치 지도자들이 어느 지역을 얘기하기보단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통합 행보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워커홀릭'이란 표현에는 "듣기 싫다"고 했다. 지난 2013년 첫째 아들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발인 날 '원전 부품 비리 사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러 출근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얻은 별명이다. 발인 이튿날 방송 인터뷰에 출연했을 당시 사정을 모르는 지인으로부터 '방송에서 표정이 너무 어둡다. 넥타이도 밝은색으로 매지 그랬냐'는 문자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제가 공직에서 일하는 것을 큰애가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그런 상황에서 제게 '일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