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폭우가 '주룩주룩'… UAE, 인공 강우로 '물 안보' 위기 돌파한다

입력
2021.07.22 20:30
구름에 전하 방출해 빗방울 만드는 신기술 성공
UAE "물 안보 위기"… 인공 강우에 172억원 투자

하늘이 뚫린 듯 세차게 퍼붓는 빗줄기가 이글이글 달아오른 땅을 적신다. 대지 곳곳엔 물웅덩이가 파였고 비탈길엔 물이 넘쳐 작은 폭포까지 생겼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거북이 운전을 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장마철이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이곳이 아랍에미리트(UAE)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인 UAE에서 비 내리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UAE 기상청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두바이와 라스알카이마 등 각 지역 ‘폭우 영상’을 여러 편 올렸다. ‘구름씨 뿌리기’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인위적으로 비구름을 만들어 비를 내리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번 ‘인공 강우’는 소금 입자나 요오드화은 같은 화학물질을 구름에 뿌리는 기존 방식과는 다른 신기술이 적용됐다. 드론이 구름 속에 전하를 방출해 빗방울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맡은 마르텐 암범 영국 레딩대 기상학 교수는 “정전기 때문에 마른 머리카락이 빗에 달라붙듯, 물방울이 전기 파동을 받으면 서로 합쳐지게 된다”며 “물방울이 충분히 커지면 뜨거운 날씨에도 증발되지 않고 비가 되어 내릴 수 있다”고 영국 BBC 방송에 설명했다.


UAE는 연평균 강우량이 100㎜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메마른 나라 중 하나다. 여름 기온은 무려 섭씨 52도까지 올라간다. 가뜩이나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데 인구 증가로 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0년 UAE 인구는 830만 명을 기록하며 2005년 대비 2배로 증가했고,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은 990만 명에 달한다. 물 사용량이 많아지다 보니, 수자원 3분의 2를 공급하는 지하수는 수위가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 UAE 기상청은 “물 지속 가능성은 가장 시급한 안보 문제”라고 진단했다.

1990년대부터 다양한 수자원 확보 방안을 고심해 온 UAE는 2017년 인공 강우 프로젝트 9건에 1,500만 달러(약 172억 원)를 투자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구름씨 뿌리기 실험을 219건 실시해 비 내리기에 여러 번 성공했고, 올해도 벌써 126건을 진행했다. 현재 해수 담수화 공장 70곳에서 생산한 물로 전체 수요량의 40%가량을 충당하고 있는데, 점차 인공 강우를 늘려서 향후 15년 안에 담수화 비중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담수 생산에 쓰이는 에너지와 비용이 국가 예산과 서민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인공 강우는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날 뿐 아니라 대기질 개선에도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예야 엘사예드 샤르자아메리칸대 환경과학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 “사막 모래 폭풍과 먼지는 자동차와 비행기 엔진에 기계적 문제를 유발하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며 “몇 년간 구름씨 뿌리기를 비롯한 강우량 증가 프로젝트 덕분에 대기 중 미세먼지가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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