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남(70) 전 법무부 장관과 채동욱(62) 전 검찰총장이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1조 원대 펀드 사기 사건에 연루된 의혹으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의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법무부와 검찰 수장을 지낸 인사들이 역대급 서민 다중 피해 사건에 연루돼 이름이 오르내린 것만으로도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장관과 채 전 총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옵티머스 측의 도우미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지난 5월 이귀남 전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이 전 장관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유치 및 판매 요청과 관련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 NH투자증권에 로비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정영제(58·구속기소)씨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옵티머스 펀드를 통해 들어온 투자금 중 1,000억 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옵티머스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올라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해 7월 도주했다가 4개월 만에 검거됐는데, 도주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인물이 이 전 장관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정씨와의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옵티머스 측 범행은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이 전 장관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달 검찰 조사를 받았던 채동욱 전 총장은 옵티머스 고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채 전 총장이 속한 법무법인은 옵티머스 관련 사건을 수임하기도 했다. 그는 옵티머스가 펀드 투자금을 빼돌려 추진한 '봉현물류단지 사업'에 관여한 의혹을 받았다. 옵티머스 내부 문건엔 그가 지난해 5월 8일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나 봉현물류단지 사업 인허가에 대해 문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채 전 총장은 검찰에서 "옵티머스 고문을 맡았을 뿐 봉현물류단지 관련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옵티머스 관련 내용은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채 전 총장 측에 입장을 물어봤지만 "수사 중인 사항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두 사람은 옵티머스 범행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다만 검찰이 옵티머스 경영진 재판 과정에서 "이들이 사기 범행을 은폐하려고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호도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두 사람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두 사람을 바라보는 법조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최고의 법률 전문가들이 금융사기꾼과 어울리거나 사기집단의 고문 역할을 한 것 아니냐"며 "그럼에도 법무부와 검찰 수장까지 지낸 사람들이 반성은 하지 않고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20일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의 주범들이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1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된 윤석호(44) 변호사의 배우자인 이진아(36) 전 청와대 행정관은 검찰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옵티머스 지분 10%를 보유했던 이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 관련 범행에 일부 가담한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검찰은 도주 중인 화장품업체 스킨앤스킨 전 회장 이모씨에 대해선 기소중지 처분했다. 스킨앤스킨은 옵티머스 일당인 유현권(41)씨가 총괄이사로 근무했던 회사로, 옵티머스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된 자금을 조달했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