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도 '킹크랩 시연' 인정… 김경수 '닭갈비 동선' 결국 안 통했다

입력
2021.07.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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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11월 9일’ 시연 봤는지가 최대 쟁점 
金 ‘닭갈비’ 제시하며 “물리적으로 불가능” 
2심 재판부 네이버 로그기록·<극비> 문건 
디지털 증거 인정해 “시연 보고 승인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54) 경남지사 재판에서 최대 쟁점은 그가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을 봤는지 여부였다. 김 지사는 줄곧 킹크랩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시연일로 지목된 당일의 네이버 기록과 <극비> 문건 등 '디지털 증거'를 바탕으로 “김 지사가 시연을 봤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다.

대법원은 21일 김 지사가 2017년 대선을 전후해 ‘드루킹’ 김동원(52)씨와 공모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죄)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일당의 사무실을 두 번째로 방문했을 당시, 킹크랩 시연을 보고 개발을 지시·묵인해 댓글 조작에 가담했다고 본 것이다.

그날 경기 파주시의 드루킹 사무실, 일명 ‘산채’에 방문했다는 건 김 지사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김 지사는 다만 당일 ‘선플운동 브리핑’만 들었을 뿐, “킹크랩 시연회 참관은 결코 없었다”고 계속 주장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이에 ‘디지털 물증’을 들이밀었다. “시연회를 했다”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 더해 △당일 오후 8시 7~23분 드루킹 측 네이버 ID 3개가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한 로그기록 △‘4. KingCrab <극비>’란 내용이 포함된 채로 당일 오후 3시쯤 작성된 ‘201611 온라인 정보 보고’ 문건 등을 제시한 것이다.

김 지사는 이에 "시연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닭갈비' 카드를 꺼냈다. 김 지사 측은 항소심에서 수행비서의 '실시간 위치 기록‘(구글 타임라인)을 제시하며 “김 지사는 그날 오후 6시 50분쯤 사무실에 도착해 1시간 식사를 하고, 8시부터 1시간 동안 브리핑을 들은 뒤 5~10분간 김씨와 짧은 독대 후 9시 15분에 그곳을 떠났다”는 동선을 제시했다. 닭갈비 포장 영수증이 있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게 맞고, 따라서 시연을 볼 시간도 없었다는 논리였다.

아울러 특검 주장처럼 오후 8시 23분에 시연이 끝났다면, 사무실을 떠나는 9시 15분까지 '50분간 설명되지 않는 공백'이 생긴다고도 지적했다. <극비> 문건 역시 “내부용 문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공모 증거는 드루킹 등의 진술뿐이지만, 이들의 거짓말과 진술 번복의 전적을 볼 때 신빙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 지사는 시연을 봤고, 이날 개발을 승인하면서 드루킹 일당의 킹크랩 개발이 본격화됐다”고 봤다. 김 지사 방문일에 맞춰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한 기록이 남아 있고, 개발자 우모씨 등 드루킹 일당의 ‘시연’ 관련 진술이 일관되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닭갈비 동선’에 대해서도 “김 지사 스스로도 산채 첫 방문 당시인 2016년 9월 한우를 구워 먹은 것 외에는 다른 식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김 지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극비> 문건과 관련해서도, “BDE(바둑이·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를 부른 명칭) 측에 보고했다”는 개발자 우씨의 메모가 남아 있는 정황 등에 비춰 “김 지사 브리핑용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 판단에는 심리 미진,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최나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