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대출 기업 탄소배출량, 2050년엔 0%로"... 금융으로 ESG 이끄는 KB금융

입력
2021.07.25 15:10
18면
[ESG클린리더스]
"탄소 고배출 산업으로 흐르는 자금 차단해야"
2019년 '탈석탄 선언' 시작으로 올해 'S.T.A.R.'까지
KB금융 "정확한 진단과 목표 설정이 가장 중요"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게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깊게 소개합니다.

경남 양산시 원동면에 위치한 원동풍력발전소는 연간 전력 생산량이 약 10만 메가와트시(㎿h)로 화력발전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예상 효과가 무려 4만2,596 이산화탄소톤(tCO₂)에 달한다. 3만4,000여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깨끗한' 전력을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매년 나무 30만 그루를 심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곳인 셈이다.

KB금융은 이곳에 98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액을 주선하고, 그중 320억 원가량을 직접 투자했다. 이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례가 KB금융의 주목을 끈 이유는 자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사업 시행 전 약 35개월 동안 이곳의 풍향 분석 데이터를 수집해 안정적인 전력 생산과 공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자연환경과 대기 △온실가스 △토지 전파 장애 등 전반적인 환경 및 지역사회 영향 평가도 꼼꼼히 진행했다. KB금융이 목표로 삼고 있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 탄소중립 위한 금융의 역할 강조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달 24일 ESG위원회를 개최하고 그룹의 탄소중립 중장기 추진 전략인 'KB 넷 제로(Net Zero) 스타(S.T.A.R.)'를 선언했다. 친환경 기업을 육성 및 지원(Support)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Transform)을 가속화하고, 파리기후협약의 적극적 이행(Align)을 통해 환경을 복원(Restore)하자는 의미다. 윤 회장은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며 "금융산업에서는 KB금융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흐름을 끌고 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금융산업이 직접 탄소중립 논의에 뛰어든 것은 최근의 일이다. 국제사회가 '탄소 고배출 기업으로 흐르는 자금을 차단하지 않는 한, 이를 수습하기 위한 사후 노력들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해 1월 퇴임한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지금처럼 탄소 고배출 기업에 계속 자금을 공급하면, 지구 온도는 파리기후협약 목표인 섭씨 2도의 두 배인 4도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KB금융의 고민도 이 지점에 있었다.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거래하는 기업이나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배출량 규모가 워낙 크고 파괴적이기 때문이다. ESG 경영을 위해서는 당장 어느 정도의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 셈이다.

KB금융은 장기적인 안목을 택했다. 2019년 9월 전 계열사가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면서 KB금융은 환경 및 사회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투자 및 대출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엔 'ESG 이행원칙'을 선언했고, 3월에는 금융사 최초로 이사회 내 ESG 경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ESG 위원회'도 신설했다. 자산 포트폴리오에 들어간 대상 기업이나 프로젝트가 얼마나 환경 보호에 힘쓰고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다하는지가 투자와 대출의 주요한 조건이 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KB국민은행의 '기업여신업무지침'이다. 지침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친환경 제품 생산이나 장애인 고용, 윤리경영 실천 등의 내용을 신용등급 조정 및 여신심사에 반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2월 대규모 개발사업이 환경 파괴 또는 인권 침해 문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금융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전 세계 금융기관들의 자발적 협약인 '적도원칙'에도 가입해 ESG 경영을 더욱 철저히 지켜나가고 있다.

국내 금융사 유일 '자산 포트폴리오 배출량' 측정·공개... 국제적 인정 첫걸음

'ESG 경영'을 천명한 KB금융의 다음 고민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있었다. 탄소배출 감소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옮겨지기 위해서는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목표를 명확히 세우는 것이 필요했다. KB금융이 국내 금융사 최초로 국제 기준에 맞춘 '자산 포트폴리오 배출량'을 공개한 이유다.

올해 4월 KB금융은 '탄소 회계 금융 협의체(PCAF)'와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라는 전 세계 금융사 협의체에 가입했다.

PCAF는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을 포함한 전 세계 119개 금융사가 포함된 연합체로, 지난해 11월 금융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는 '세계 온실가스 회계 보고 기준'을 발표한 곳이다. KB금융 측은 "PCAF 기준에 따르면, 간접 배출을 포함한 자산 포트폴리오의 총 배출량은 2,676만 톤"이라며 "정확한 현재 진단을 공개한 금융사는 전 세계적으로 몇 군데 없고, 국내에선 KB금융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배출량 측정 다음 단계는 목표 설정이다. 여기엔 유엔과 세계자연기금(WWF) 등 국제기구들이 함께 만든 SBTi 기준이 적용됐다. KB금융은 SBTi 방법론에 따라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33.3%, 2040년까지는 61.1%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장기적인 ESG 경영의 틀을 세운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까지 SBTi에 목표를 제출하고 승인받은 금융사는 하나도 없지만, 늦어도 올해 안에는 KB금융이 최초로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금융이 이처럼 국제사회 움직임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데는 'ESG 선구자'로 불리는 윤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구호에 그치는 탄소중립 선언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의해 측정하고 목표를 세워야 한다"며 "KB금융이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