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1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그러나 '칼잡이'로 불리는 검사 출신 윤 전 총장과 '정통 판사' 출신 최 전 원장 간 비판 지점과 수위는 달랐다. 윤 전 총장이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다"며 문재인 정권을 직격한 반면, 최 전 원장은 "민의 왜곡"이라며 사건에 대한 비판에 충실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가정보원 댓글사건'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여론 조작, 선거 공작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반(反)문재인' 노선을 분명히 해온 만큼 작심하고 현 정권 때리기를 이어간 셈이다. 자신에게 '강골 검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과 비교하면서다. 또 "이번 대선에서도 다양한 방법의 여론 조작이 이어지고 있는데, 국민들께서 '민의를 왜곡하는 어떠한 시도'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 120시간 근로' 언급에 대한 여권의 비판을 '여론 조작'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최 전 원장은 "민의 왜곡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오늘날 '여론 조작'은 자유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이라며 "이번 판결로 우리 정치에서 여론 조작이 더는 발을 붙이지 못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정권의 정통성을 문제 삼기보다는 판결 내용에 집중하면서 정치적 해석을 자제했다.
다른 야권 주자들도 가세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했던 후보들의 비판이 거셌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조작된 여론으로 대통령이 됐다면 대국민사과라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직격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저절렀던 흉악무도한 범죄에 대해 본인이 직접 사과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댓글 조작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권의 정통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