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상고심을 통해 반전을 꿈꿨지만 끝내 수포로 돌아갔다. 대법원이 21일 주요 쟁점이었던 김 지사의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 참석과 ‘드루킹’ 김동원씨와의 공모 관계를 모두 인정,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당장 도지사직을 상실함과 동시에 앞으로 7년 가까이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해 11월 항소심 판결 이후 약 8개월 만이자, 2017년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시점으로부터 약 4년 4개월 만에 사건에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앞서 김 지사는 2016년 12월 4일부터 2018년 2월 1일까지 드루킹 김씨 일당과 공모해 7만6,000여 개의 네이버 등 각종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2018년 6·13 지방선거에까지 도움을 받기 위해 드루킹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이날 대법원은 항소심이 인정한 김 지사와 김씨 간 공모관계를 “법리오해나 이유모순, 판단 누락 등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그대로 받아들였다. 특히 1심부터 2심까지 재판 내내 쟁점이 됐던, 김 지사의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김 지사가 직접 시연을 참관했다”는 원심의 판단을 인정했다. 이를 통해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일당의 경기 파주시 사무실 '산채'에서 킹크랩 시연을 참관하고, 김씨와 악수를 하고 그곳을 나옴으로써 킹크랩 개발·운용을 묵시적으로 동의·승인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킹크랩 시연 참석 외에도 김 지사와 김씨 간 공모를 확정할 수 있었던 근거는 여럿 있었다. 킹크랩 시연 얼마 뒤인 △2016년 11월 25일부터 김씨가 김 지사에게 비밀대화방을 통해 수차례 온라인 정보보고를 보냈고 △김 지사 역시 김씨 등이 댓글 작업을 할 것을 알고 여러 건의 뉴스 기사 등의 웹사이트주소(URL)를 보냈으며 △김 지사가 김씨와 수차례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치적 현안을 논의했다는 등 특검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1·2심 판단이 갈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항소심의 무죄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김 지사가 드루킹 측에 제안한 센다이 총영사직이 김 지사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 지방선거'의 대가가 될 수 없다는 걸 이유로 들었다. 김 지사가 총영사직을 제안한 2017년 12월 말부터 2018년 1월 초에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제안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활동에 대한 보답이지 지방선거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었다.
다만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재판부의 판단에 일부 잘못을 지적했다. "이익 제공을 표시할 때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았더라도 장차 특정될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과 관련됐을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성립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해당 제안이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뤄졌다고 볼 증거는 없다는 점에서 무죄의 결론까지는 뒤집지 않았다.
이날 판결로 김 지사는 지사직과 피선거권(선거에 입후보해 당선인이 될 수 있는 권리)을 모두 잃게 됐다. 공직선거법 등에 따라, 선고 형량인 2년은 물론 형의 실효(효력을 잃음) 이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30일 1심 선고 후 법정구속됐다가 그 해 4월 17일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77일간 수감됐었다는 걸 감안하면, 6년 9개월 정도가 지난 2028년 4월 이후에나 선거 출마가 가능하다.